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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만 잡으면 이성 잃어요"…'로드 레이지'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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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방해 받으면 '욱'하는 로드 레이지
보복·난폭운전 신고 건수 연간 1만건 이상
차량 추월하거나 야구방망이로 위협하기도
전문가 "안전교육 및 관련 법 조항 정비 필요"

"운전대만 잡으면 이성 잃어요"…'로드 레이지'를 아십니까 운전을 방해 받거나 진로가 막히면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하고 보복, 난폭운전을 하는 '로드 레이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관계 없음.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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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지난 3월 대전 대덕구 한 2차로. 차를 몰고 가던 A 씨는 좌회전 전용인 1차로에서 직진해 자신을 앞질러 간 다른 승용차를 보고 분노, 추격하기 시작했다. 승용차를 따라잡아 추월한 A 씨는 신호대기를 틈타 차에서 내린 뒤, 승용차에 다가가 "운전을 못 하면 나오지 말라"며 욕설을 퍼붓고 야구방망이를 휘두를 것처럼 행동하며 위협했다.


운전을 방해당하거나 추월당했을 때 순간적인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보복·난폭 운전을 하는 이른바 '로드 레이지(Road rage)'가 끊이지 않고 있다. 로드 레이지는 더 큰 교통사고로 확대되거나 다툼, 폭행 등 폭력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전문가는 폭력적인 운전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운전자 예방 교육이 필요하며, 음주운전처럼 처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 조항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지난달 1일 대전지법 형사11단독(김성률 부장판사)은 특수협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과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보복 운전에 그치지 않고 야구방망이를 꺼내 들고 피해자들을 협박해 매우 큰 정신적 충격을 줬다"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보이는 점, 반성하는 태도를 양형에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운전대만 잡으면 이성 잃어요"…'로드 레이지'를 아십니까 보복, 난폭운전은 최근 수년간 1만건 이상 신고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A 씨 사건은 전형적인 로드 레이지 사례다. 상대 차량으로 인해 자신의 운전이 방해받자, 순간적으로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하고 난폭 운전을 벌인 것이다.


로드 레이지로 인한 보복·난폭 운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부산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약 6개월에 걸쳐 5차례 보복운전을 일삼은 운전자가 검거되기도 했다. 이 운전자는 자신의 차량 앞에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뒤쫓아가 추월하거나, 차량 옆에 자신의 차를 바짝 붙여 밀어붙이는 등 위협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수형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작성한 '난폭·보복운전 예방을 위한 실태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보복·난폭 운전은 최근 수년간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서 경찰청 자료를 재구성해 집계한 통계를 보면,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112·단속·경찰서 방문·국민제보 등을 통해 적발된 보복·난폭운전 건수는 1만2447건(2017년), 1만189건(2018년),1만4912건(2019년) 등으로 꾸준히 1만건 이상을 기록했다.


"운전대만 잡으면 이성 잃어요"…'로드 레이지'를 아십니까 보복운전은 차를 뒤쫓아 추월하거나, 차량의 옆이나 뒤에 붙어 위협운전을 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 사진=연합뉴스


로드 레이지는 특별히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만이 저지르는 행동이 아니다. 평소 얌전하거나 내성적이었던 사람도 운전을 방해 받았을 때 돌발적으로 보복·난폭 운전을 할 수 있다.


일부 운전자들이 로드 레이지를 겪는 정확한 원인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로드 레이지가 정신 질환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런 예측 불가능성이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미국 심리학자인 마이클 맥클로스키와 로이스 리 박사 등은 로드 레이지를 '간헐적 폭발성 장애(IED)의 일종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IED를 겪는 사람은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특정 상황에 놓이면 갑자기 폭발적인 분노를 쏟아내는 게 특징이다. 로드 레이지는 좁고 폐쇄된 차량 내부라는 특수한 환경에 놓인 운전자들 사이에서 발현하는 질환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다 보니 미국 정신과 협회는 과거 로드 레이지를 '로드 레이지 장애(road rage disorder)'로 칭하고, 공식적인 정식 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에 포함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보복·난폭운전 사례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시민들은 불안한 심경을 밝혔다. 20대 직장인 A 씨는 "가족들과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갑자기 에 있던 차가 경적을 울리면서 거칠게 주행했던 경험이 있다"며 "직접적으로 위협을 준 건 아니었지만 굉장히 불쾌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B(31) 씨는 "평소 얌전했던 친구가 운전대만 잡으면 이성을 잃은 것처럼 난폭해지는 경우가 있다"며 "어느날 사고라도 내는 게 아닌가 싶어 불안해져 같이 차를 타고 다니질 못하겠더라"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로드 레이지를 줄이기 위해 운전자들에 대한 교통 안전 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수형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에서는 예비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1시간 정도 시행하고 있지만, 실제 안전운전 교육에 할애하는 시간은 적은 편"이라며 "난폭운전, 보복운전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체험을 할 수 있는 특화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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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보복운전 처벌의 경우 도로교통법에 명확한 법규정 없이 형법이 적용되고 있다"며 "난폭·보복운전으로 인한 사망, 상해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판단 기준을 세우고 산재해 있는 교통관련 법규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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