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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전환 비용만 1400조원…전기 요금은 누가 다 내나요

수정 2021.09.15 15:10입력 2021.09.15 09:43

연간 최대 50조원 설비투자 필요
가계 전기 요금으로 전가될 가능성 높아
전기료 늘면 에너지 취약 계층 생활고 커져
유럽도 높은 전기 요금으로 '신음'
전문가 "탄소 중립 비용 크지만…기후 위기 피해 더 심각해"
"국민적 합의 마련하고 취약계층 도울 복지정책 확대해야"

'탄소중립' 전환 비용만 1400조원…전기 요금은 누가 다 내나요 경북 영덕군 영덕읍 해맞이공원 언덕 위에 조성된 영덕풍력발전단지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지난 7~8월 중국·한국 등 동아시아에 쏟아진 물폭탄부터 호주의 초대형 산불까지, 기후변화로 인한 천재지변이 재산은 물론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들은 '탄소 중립'을 실현할 인프라 구축에 나섰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은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


탄소 중립은 인간의 경제 활동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순 배출량이 '0'에 이른 상태를 뜻하는 단어다. 구체적으로는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 에너지 시설을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고, 화학 플랜트나 공장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를 없애는 게 탄소 중립 실현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기존 화석연료 발전 시설을 태양열·풍력·수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시설로 전환하는 데 드는 돈이다. 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설비 투자금은 수십년간 수백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정부가 이 수준의 재원을 확충하려면 향후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 환경을 살리기 위해 서민층이 불편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는 탄소 중립에 드는 막대한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국민적 합의를 마련하고, 전환 과정에서 에너지 취약계층을 도울 복지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탄소중립' 전환 비용만 1400조원…전기 요금은 누가 다 내나요 지난 7월6일 오전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한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의 한 마을에서 구조작업이 진행중이다. / 사진=연합뉴스


현재 지구의 여러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추정되는 기후 변화를 막으려면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는 게 필수적이다. 하지만 탄소 중립에 이르기까지 지출해야만 하는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중앙연구원 시니어전문이 작성한 '2050년 탄소 중립을 위한 전력공급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의 도움 없이 재생 에너지만으로 탄소 중립을 실현하려면 약 1394조원이 소요된다. 현재 건설 중인 원전과 이미 지어진 원전을 포함하면 941조원까지 줄어들지만, 여전히 1000조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즉, 사실상 앞으로 2050년까지 연간 최대 50조원 가까운 금액을 투입해야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탄소 중립을 위한 에너지 인프라 구축 계획을 실행에 옮기면, 이 천문학적 비용은 고스란히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미 한국전력공사는 최근 공개한 '2021~2025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올해 당기순손실이 약 4조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적자폭이 확대된 이유에 대해 한전은 보고서에서 "국제연료 상승에 따른 전력구입 비용이 증가하고, 탄소 중립 정책 이행을 위한 석탄발전 이용률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전이 탄소 중립에 더욱 박차를 가하려면 앞으로도 석탄 발전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 구입을 확대해야 하고, 영업손실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재원을 확충하려면 전기 등 에너지 요금 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탄소중립' 전환 비용만 1400조원…전기 요금은 누가 다 내나요 전기 요금이 인상되면 폭염, 한파 등에 취약한 독거 노인이나 빈곤 계층의 생활고는 더욱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기 요금이 인상되면 소득이 적은 서민층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된다. 특히 '에너지 취약 계층'인 빈곤 가정, 독거 노인들에게는 생명이 달린 문제가 될 수 있다. 여름철 폭염, 겨울철 한파 등에 대응하는 게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탄소 중립 전환 비용에 대한 우려는 해외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일례로,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재생 에너지 투자에 임했던 유럽 국가들은 최근 치솟는 에너지 비용에 신음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최근 영국의 에너지 가격 예측치는 한때 메가와트당 540파운드(약 87만원)까지 치솟아 평균 가격 대비 무려 11배를 기록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에너지 가격이 불안정해진 이유는 수요 폭등으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갑작스럽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생 에너지의 낮은 효율성도 문제를 키웠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은 현재 상대적으로 느린 바람 속도 때문에 풍력 발전 시설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며, 이 때문에 전기 가격은 더욱 높아질 위험이 있다.


'탄소중립' 전환 비용만 1400조원…전기 요금은 누가 다 내나요 세계 최대의 해양 풍력 터빈 발전 시설인 영국 '혼시(hornsea) 윈드 팜' / 사진=혼시 프로젝트 공식 홈페이지


전문가는 탄소 중립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면서도,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우 기후위기 비상행동 정책팀장은 "탄소 중립에 필요한 연간 50조원을 단순히 비용으로 치부할 수 없다"며 "영국 재무성 출신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이 지난 2005년 발간한 '스턴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중립으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드는 누적 피해액이 전환 비용을 훨씬 능가하기 때문이다. 비용에 상관없이 탄소 중립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만 재원 확충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정책팀장은 "산업, 가계 모두 어느 정도 필요한 재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는 탄소 중립 로드맵을 추진하면서 투명성을 강화해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하고, 또 요금 인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에너지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에너지 바우처, 전기 기본권 등 복지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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