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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 날씨에 방호복 다 껴입은 채로"…폭염 덮친 진료소, 한계 몰린 의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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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온도 35도 폭염 속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
비닐 방호복,페이스쉴드 등 착용…폭염·코로나 '이중고'
격무와 온열질환 때문에 신체적·정서적 한계 우려
전문가 "정부, 지자체가 의료진 부담 줄이는 방안 도입해야"

[르포] "이 날씨에 방호복 다 껴입은 채로"…폭염 덮친 진료소, 한계 몰린 의료진 16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 한 의료진이 손부채질을 하고 있다. / 사진=윤진근 PD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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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와! 진짜 덥다."


체감온도 35도를 기록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광장 앞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에는 검체검사를 받으러 온 시민들이 긴 줄을 이뤘다. 바람조차 뜨거운 7월 중순의 폭염. 시민들은 연신 손부채질을 하거나, 검사소에서 나눠주는 파란 양산을 쓰는 등 더위를 피하는 데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줄 맨 앞에서 검체를 모으는 데 열중하는 의료진들에게는 양산조차 사치에 불과했다. 살갗을 따갑게 태우는 뙤약볕 아래서도 비닐 방호복과 페이스쉴드로 무장해야만 하는 이들은 사실상 코로나19와 무더위라는 두 개의 전선과 사투를 벌이는 셈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일주일 넘게 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은 격무와 무더위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건강이 우려된다. 앞으로 본격적인 폭염이 검사소를 덮치면 의료진의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선별검사소는 안내 및 검체 수집을 맡은 의료진들로 분주했다. 파란 비닐 방호복과 페이스쉴드, 장갑 등을 착용한 의료진들은 검진표를 든 시민들 사이를 오가며 2m 간격 거리두기를 안내하거나, 의료용 면봉으로 검체를 채취했다.


[르포] "이 날씨에 방호복 다 껴입은 채로"…폭염 덮친 진료소, 한계 몰린 의료진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에 줄을 선 검수자들 / 사진=임주형 기자 skepped@


이날 페이스쉴드 너머로 비친 의료진들의 얼굴은 땀으로 가득했다. 가끔 검수자들이 줄어 여유가 생길 때면 의료진들은 냉방기기 앞에 서서 더위를 식히거나, 그대로 주저앉아 휴식을 취했다.


검사소 근무자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총 8시간을 근무한다. 이들에게 주어진 휴식 시간은 오후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진행되는 소독 시간. 이 1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의료진들은 잠시 방호복으로부터 해방된다. 하지만 여전히 여유는 턱없이 부족하다. 서둘러 끼니를 해결하고 검사소로 돌아오면 어느새 오후 근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폭염 속에서 분투하는 의료진들에게 감사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토로했다.


20대 직장인 A 씨는 "가볍게 입고 나가도 숨이 턱 막히는 날씨인데, 의료진들이 방호복을 다 껴입은 채로 묵묵히 일하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방역지침을 무시하는 일부 사람들 때문에 이런 분들이 고생한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회사원 B 씨는 "다음 주에는 역대 최악 수준 폭염이 시작된다는 데 의료진 건강이 걱정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방호복을 입은 채 야외에서 근무해야 하는 선별검사소 근무자들은 온열질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르포] "이 날씨에 방호복 다 껴입은 채로"…폭염 덮친 진료소, 한계 몰린 의료진 검수자들의 정보를 기록하고 있는 의료진 / 사진=윤진근 PD yoon@


앞서 지난해에도 의료진들이 온열질환을 호소하거나 쓰러지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6월9일에는 인천 미추홀구 남인천여자중학교에 마련된 임시선별검사소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3명이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이들 3명은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 방호복을 착용한 채 근무하다가 갑작스럽게 탈진 현상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대유행이 진행된 지난 1년6개월 동안 의료진의 신체적·정서적 건강은 크게 악화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공동으로 의료 방역 대응팀 18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37.5%는 업무를 하면서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의료진 10명 중 4명은 방역 업무를 맡다가 건강을 해친 셈이다.


정서 상태 악화는 더욱 심각했다. 응답자 16.3%는 '즉각 도움이 필요한 고도의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답했다. 73%는 '재모니터링이 필요한 집단'으로 분류됐다. 약 10명 중 9명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뜻이다.


[르포] "이 날씨에 방호복 다 껴입은 채로"…폭염 덮친 진료소, 한계 몰린 의료진 검체 채취가 끝난 뒤 폐기물을 버리고 있는 모습 / 사진=윤진근 PD yoon@


전문가는 정부·지자체에서 의료진의 부담을 줄일 방안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창목 경상남도 역학조사관은 "검체 수집을 진행하는 의료진들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와 함께 폭염 때문에 큰 고생을 하고 있다"라며 "이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정부, 지자체 등에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예를 들어 검체를 채취하는 일은 숙련된 의료진들이 맡지만, 시민들 사이 거리두기 안내, 각종 행정 처리 등은 다른 공무원들도 맡을 수 있다. 의료진만이 할 수 있는 업무는 의료진들을 집중시키고 잔업은 다른 인원을 배치하는 방식을 통해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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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냉방장치 도입이 용이한 워킹스루를 적극적으로 설치해 검사 속도를 늘리고 의료진들의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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