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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질소과자'에 뿔났다…물가 폭등이 불러온 '슈링크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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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높이는 대신 음식물 줄이는 현상 '슈링크플레이션'
美·英 등 가공식품 제조업체 잇따라 내용물 줄여
"원료 부족…내용물 줄이는 게 가격 상승보다 낫다" 업체들 해명
과거 국내서도 '질소과자' 논란 불거져
올해 주요국 물가상승률 치솟으며 가속화
전문가 "가격 인상은 소비자 저항 불러와"
"기업은 원가 절감 먼저 택하는 경향 있어"

지구촌, '질소과자'에 뿔났다…물가 폭등이 불러온 '슈링크플레이션' 미국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틸라묵'의 아이스크림 통을 비교한 모습. /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레딧'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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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아이스크림 크기가 15%는 줄었다.", "줄어든 음식물 크기 만큼 소비자들의 삶도 팍팍해질 것."


워싱턴포스트, ABC 뉴스, CBS 뉴스 등 미국 현지 매체들이 일제히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현상을 보도하면서 밥상 물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들다(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로, 물가 상승을 막기 위해 기업들이 포장지 안의 음식물을 줄이는 현상을 이르는 신조어다. 국내에서는 과거 이른바 '질소 과자' 논란으로 주목 받은 현상이기도 하다.


지난 4일(현지시간) CBS 뉴스에 따르면, 미국 오레곤주에 있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틸라묵'은 최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통 아이스크림 내용물을 약 15%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틸라묵이 아이스크림 크기를 축소한 이유는 물가 상승과 원재료 부족 현상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갑작스럽게 식품 수요가 늘면서 각종 베리류, 바닐라 등이 부족해졌고, 이에 따라 식재료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와 관련 틸라묵은 "소비자들이 받을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아이스크림 가격을 늘리는 것보다는 내용물을 줄이는 방안을 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장지 속 음식물이 줄어든 제품은 아이스크림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캐나다·영국 등 다른 나라 누리꾼들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틸라묵과 유사한 사례를 공유하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구촌, '질소과자'에 뿔났다…물가 폭등이 불러온 '슈링크플레이션' 과거 초콜릿 바의 형태를 바꿔 원가를 절감했다는 비판에 휩싸인 스위스 초콜릿 제조업체 '토블론'의 제품. / 사진=인터넷 홈페이지 캡처


모양을 울퉁불퉁한 형태로 바꿔 카카오 버터 함량을 줄인 초콜릿 바, 길이를 대폭 줄인 캔디 등 '내용물 다이어트'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한 누리꾼은 "예전에는 건강식 열풍 때문에 일부러 간식 양을 줄였는데, 이제는 정말로 식재료가 부족해서 음식 양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게 21세기에서 벌어지는 일이 맞나"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가격도, 포장지도 그대로지만 포장 안에 든 내용물만 양이 줄거나 질이 나빠지는 현상을 '슈링크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지난 2015년 영국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이 제안한 용어로, 이후 온라인 상에서 인기를 끌면서 현재는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주로 가공식품 업계에서 나타난다. 곡물, 밀가루, 식용유 등 원료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계인 동시에, 밥상 물가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만큼 선뜻 가격을 인상하기 어렵다.


슈링크플레이션이 올해 재차 화제에 오른 이유는 최근 세계적으로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기준 미국(5.0%), EU(2.0%), 영국(2.1%) 등 주요국 물가상승률은 모두 중앙은행 목표치를 넘어섰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IFS)에 따르면, 가공식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곡물가도 최근 1년 간 30% 이상 치솟았다.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는 한 원재료 함량을 낮추거나 음식물 자체 크기를 줄이는 등 '다이어트'가 필요한 상황인 셈이다.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은 앞서 국내에서도 벌어진 바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4년 불거진 '질소 과자' 논란이 있다. 질소 과자는 포장지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내용물이 적은 과자를 이르는 말이다. 과자를 장기간 보존하기 위해 봉지 안에 질소를 충전하면 과자 포장지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는데, 이 모습에 빗대 질소 과자라는 표현이 탄생했다.


지구촌, '질소과자'에 뿔났다…물가 폭등이 불러온 '슈링크플레이션' 지난 2014년 대학생 2명이 국산과자 60여개를 묶어 만든 뗏목으로 한강을 건너 화제가 됐다. / 사진=연합뉴스


당시 질소 과자에 불만을 품은 대학생 2명은 국산 과자 60봉지를 엮어 만든 뗏목을 타고 한강 횡단을 시도하면서, 식품업체들의 과도한 과대포장을 꼬집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만일 슈링크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 평소 저렴한 가공식품에 끼니를 의존하던 1인 가구나 서민층은 큰 불편을 겪을 수 있다.


가끔씩 도시락 등 가공식품을 먹는다는 20대 직장인 A 씨는 "지금도 장을 볼 때 고기나 계란, 채소 가격이 부담인데 가공식품까지 열화되면 뭘 먹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B(25) 씨는 "라면이나 아이스크림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가격이 내려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항상 가격 인상 아니면 내용물이 줄어들거나 맛이 변질되는 사례밖에 못 본 것 같다. 이건 너무하지 않나"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는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한 서민층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식품 관련 정보 고지를 투명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올라 기업들이 원료나 내용물을 일부 줄여 제조 원가를 절감하는 방식은 이전부터 쓰여왔다"며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높이는 것보다 제조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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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런 현상이 심해지면 밥상 물가에 영향을 크게 받는 가계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며 "업체들의 내용물 표기 의무를 강화해 소비자들이 더욱 꼼꼼하게 제품을 살펴보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있겠다"고 조언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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