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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 성희롱에 괴로워했다" 죽음 내모는 직장 내 성범죄,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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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시달렸다" 경북 포항서 40대 여성 극단 선택
직장 갑질 제보 중 7.8%가 '성범죄'
전문가 "50인 이하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신고 어려워"

"상사 성희롱에 괴로워했다" 죽음 내모는 직장 내 성범죄, 이대로 괜찮나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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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정말 비참하고 치욕스러워서 꼭 (가해자들이) 벌 받으면 좋겠습니다."


건설회사에서 일하다 관리자로부터 성희롱과 폭언 등을 겪고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여성 노동자의 유서 내용 중 일부다. 최근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해 성적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는 등 성희롱을 일삼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는 성희롱·성추행 등에 지속해서 시달려도 가해자가 사내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신고가 어렵다고 성토하고 있다. 전문가는 직장 내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 관련 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근 경북 포항시의 한 건설업체에 다니는 A(48·여)씨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피해를 호소하는 글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플랜트건설노조 포항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 4월 건설 현장에서 화재감시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입사한 지 1주일도 안 돼 현장 관리자 2명으로부터 직무와 무관한 지시를 받았다. 이들은 A씨에게 무거운 쇠 파이프 100개를 옮기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야야야", "어이, 이거 치워라" 등 반말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성희롱성 발언까지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딸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엄마가 눈물을 흘리면서 '너무 수치스럽다, 너무 치욕스럽다, 엄마가 견디기 힘들다' 그러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결국 노동조합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A씨를 면전에 두고 '내가 언제 그랬냐'는 취지로 되레 윽박을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A씨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입사 약 50일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남긴 7장 분량의 유서에는 상사의 폭언, 부당한 업무 지시 등으로 인해 괴로웠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상사 성희롱에 괴로워했다" 죽음 내모는 직장 내 성범죄, 이대로 괜찮나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직장 내 성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올해 1~5월 접수된 이메일 제보 1014건 가운데 성폭행·성추행·성희롱 등 직장 내 성범죄 제보는 79건(7.8%)이었다. 직장갑질119가 출범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장 내 성범죄 관련 제보는 1만101건 중 486건으로 4.8%였는데, 올해에만 해당 비율이 1.6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지난달 31일에도 전직 세무서 공무원인 B씨가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씨는 2017년 9월 부서 회식을 하던 중 상사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직장을 그만뒀다. 이후 그는 우울증과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B씨는 생전 가해자와의 업무 분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사내 조치가 미흡하다는 내용의 글들을 여러 차례 올렸다. 또 B씨는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린 뒤 되레 자신에 대한 음해성 문자 메시지가 직장 내에서 돈다며 2차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문자 메시지에는 '그 여자(B씨)가 (피해를 당했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확인 안 되고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전과 16범이라네요. 과장님 좋은 분인데 맘고생으로 살이 쪽 빠졌대요' 등 B씨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겼다.


"상사 성희롱에 괴로워했다" 죽음 내모는 직장 내 성범죄, 이대로 괜찮나 숨진 전직 공무원 B씨가 2차 가해 증거로 올린 메시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하면 사업주는 신고받은 즉시 사실 확인 조사에 착수해야 하고, 피해자의 근무 장소를 바꾸거나 유급 휴가를 주는 등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일부 피해자들은 집단 따돌림 등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수습사원이나 계약직 노동자 등 불안정한 고용 상태로 인해 신고를 주저하는 피해자들도 더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잡갑질119가 최근 공개한 사례를 보면 신입사원 C씨 또한 지난 4월 회식 자리에서 직장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으나, 신고하지 못했다.


그는 "(상사에게) 사과를 요구해 사과받았으나, 반성하는 태도를 볼 수 없고 오히려 본인이 피해자인 것처럼 직장 동료들에게 저를 언급하고 있다"라며 "인사성 보복은 물론 2차 가해가 더욱 심해질까 두려워 신고하기가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일 경우 직장 내 성범죄를 신고하기 더욱 어려운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희롱이 발생하면 사업주가 조사, 후속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라며 "다만 우리나라는 50인 미만 사업장 비율이 높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피해자들은 사내 절차로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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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직장 내에서 사건 조사나 가해자에 대한 조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신고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라며 "남녀고용평등법 등 직장 내 성희롱을 규율하는 법이 현실에서 잘 적용되도록 행정적·사법적으로 필요한 부분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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