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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첩’·‘영장’ 둘러싼 공수처 vs 검찰 갈등 심화… “법 개정 전까지 혼선 불가피”(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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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첩’·‘영장’ 둘러싼 공수처 vs 검찰 갈등 심화… “법 개정 전까지 혼선 불가피”(上) 지난 1월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식에서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진욱 공수처장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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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사건 이첩 범위를 놓고 시작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간 권한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공수처가 최근 제정·공포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이하 사건사무규칙)을 계기로 점점 심화되고 있다.


신설된 공수처가 제도적으로 자리잡아 가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불가피한 현상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분명 있지만,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급하게 법을 통과시키면서 생긴 공백을 공수처가 무리하게 규칙에 담아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수처나 검찰 양측 모두 대외적으로는 기관 간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실무협의 과정에서는 이견이 좁혀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만큼,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나 사건사무규칙 규정들에 대한 유권적 해석이 나오거나 법률이 개정되기 전까진 혼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에 공수처가 제정·공포한 사건사무규칙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조항은 ▲검찰과 가장 큰 갈등을 빚었던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명문으로 규정한 규칙 제14조 3항 1호 나목, 제25조 2항 ▲경찰이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규칙 제 25조 3항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지 못하고 수사권만 갖는 범죄에 대해 검찰로 사건을 송부하면서 불기소 결정을 할 수 있다고 정한 규칙 제28조 2항, 제31조 1항 등이다.


그리고 이에 앞서 과연 공수처 규칙으로 신체의 지유 등 국민의 권리·의무와 관계된 내용이나 다른 국가기관과의 관계를 규정할 수 있느냐는 '공수처 규칙'의 법적 성격에 대한 큰 시각차가 공수처와 검찰 간에 존재한다.

이성윤·이규원 사건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 발단이 된 '이첩' 논란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의 발단이 된 건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김학의 불법출금' 관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이규원 검사 사건이었다.


애초 수원지검은 공수처법 시행으로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를 공수처가 수사하게 됨에 따라 두 사람의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법 제25조 2항은 ‘수사처 외의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는 당시 수사처검사 임명도 하지 못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직접 수사가 곤란한 상황이었던 만큼 사건을 다시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했다.


문제는 지난 3월 공수처가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하면서,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최종 판단할 테니 수사를 마친 뒤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송치해달라는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한 것에서 비롯됐다.


공수처법상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 등을 갖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수사는 할 수 없어 일단 사건을 검찰로 보내지만, 곧 수사처검사가 임명될 예정인 만큼 기소 여부는 직접 판단하겠다는 게 공수처의 입장이었다.


일면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 주장이기도 하지만 사건 '이첩'에 관한 법리적 측면이나 일선 수사 현장에서의 실무와는 다소 동떨어진 주장이었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수사팀을 이끌고 있는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검사가 "공수처장께서 '사건'을 이첩한 것이 아니라 '(수사)권한(만)' 이첩한 것 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해괴망칙한 논리를 내세우셨다"고 직격탄을 닐리며 공수처의 주장을 법리적으로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린 것.


공수처법 제24조 3항은 ‘처장은 피의자, 피해자, 사건의 내용과 규모 등에 비추어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해당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이첩의 대상은 '사건'이며(이 점에 대해서는 공수처도 수긍하는 입장을 낸 바 있음) 수사권이나 기소권 등 특정한 '권한'을 이첩한다는 개념은 상정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또 공수처법상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존 형사법체계에서 검사만 기소권을 갖던 기소독점주의의 예외를 인정한 것일 뿐, 검사의 기소권을 배제하고 공수처에 검사나 판사 등에 대한 독점적인 기소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형사소송법이나 검찰청법, 공수처법 어디에도 검사의 기소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 공수처가 수사권을 갖는 사건 중에서도 대법원장·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을 제외한 나머지 고위공직자에 대해서는 검사가 기소권을 갖는 만큼, 판·검사 등에 대한 공수처의 기소권이 오히려 예외적이라는 취지다.

'대(大)는 소(小)를 포함한다'… 대법원과 권한 다툼 때 헌재가 원용했지만 배척된 논리

김진욱 공수처장의 논리는 공수처가 밝혔듯이 법학에서 종종 사용되는 '대(大)는 소(小)를 포함한다'는 명제에 기초한다. 사건의 이첩권이라는 큰 권한 속에는 사건의 공소권(기소권)은 유보한 채 수사권만 이첩하는 '부분 이첩' 내지 '유보부 이첩'권도 당연히 포함돼 있다는 논리다.


'대(大)는 소(小)를 포함한다'는 논리는 과거 헌법재판소가 출범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헌재의 법률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을 둘러싸고 대법원과 헌재가 극심한 갈등을 빚었을 때 헌재가 사용했던 논리다. 당시 헌재는 법률 조항의 전체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만큼, 법률 조항의 양적인 일부에 대한 부분위헌 결정이나, 질적인 일부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정위헌 결정이란 특정한 법률조항에 대해 "~게 해석하는 한 위헌"이라는 식의 주문으로 내리는 결정을 말한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헌재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헌재법 제45조가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라고 정하고 있는 만큼, 그 외의 결정을 하는 것은 헌재의 '월권'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또 헌재법 제47조가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한다'라고 정했기 때문에 헌재의 위헌결정을 제외한 한정위헌 같은 변형결정은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고 봤다.


법률이 헌법에 반하는지 여부는 헌재가 심판할 권한을 갖고, 법률의 위헌성을 심판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법률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겠지만, 법률의 해석 권한은 기본적으로 법원의 권한이라는 게 대법원의 입장이었다.


결국 대법원은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은 법률해석에 관한 견해를 일응 표명한데 불과해 법원의 법률해석·적용 권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밝혔고,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소득세법 적용을 받은 당사자를 구제해주지 않았다.


이후 헌재는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을 금지한 헌재법 제68조 1항에 대한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대법원 판결 자체와 애초의 과세처분(원행정처분)까지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끝내 당사자는 구제되지 못했고 결국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을 포기했다.

논란 있는 '유보부 이첩' 규칙에 명문화… 법원에서 1차적 판단 내려질 듯

김 처장의 재재이첩 요청에도 불구하고 수원지검은 이미 이 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의 '공소권 유보부' 이첩 요청이 법률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따르지 않겠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그런데 공수처는 최근 제정·공포한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14조(수사처수리등사건의 처리) 3항 1호 나목에 '처장이 법 제3조제1항에 따라 수사처가 수사권 및 공소제기와 그 유지 권한까지 보유한 사건에 대하여 법 제24조제3항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하면서 수사처가 추가수사 및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당 수사기관의 수사 완료 후 법 제24조제1항에 따라 수사처로 이첩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라는 명문 규정을 넣었다.


또 규칙 제25조(다른 수사기관에의 이첩 등) 2항에 '처장은 제1항에 따라 사건을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경우 별지 제8호서식의 사건이첩서에 따라 해당 수사기관에 관계 서류와 증거물 등을 이첩한다. 다만, 제14조 제3항제1호 나목에 해당하는 경우, 처장은 해당 수사기관의 수사 완료 후 사건을 수사처로 이첩하여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문화함으로써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제도화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규칙이 시행됐다고 해도 검찰은 이 같은 공수처 규칙의 효력을 부정하고, 이 검사 사건의 사례처럼 공수처가 일단 재이첩한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 기소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두 기관이 협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주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검사 측 변호인은 예상대로 검찰의 공소제기를 문제삼았다. 검찰의 이 검사에 대한 공소제기는 공수처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것.



이 검사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도 했지만 헌재 결정이 나오거나 법률이 개정되기 전에 일단은 이 검사 사건을 심리 중인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공수처가 기소권을 갖는 사건이라도 사건이 재이첩된 경우 검사가 기소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나아가 공수처장이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며 기소권을 유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1차적 사법 판단이 내려질 전망이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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