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방송가를 집어삼킨 화제와 논란의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시즌2로 돌아왔다. 2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면서 ‘김순옥 월드’ 신드롬이 재연될 조짐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막장 드라마의 ‘원조’로 불리는 ‘임성한 월드’와 펼치는 경쟁 구도다. 임성한의 6년 만 복귀작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TV조선 토일드라마로 편성돼 ‘펜트하우스2’와 주말극 왕좌를 놓고 맞대결 중이다. 여기에 문영남 작가의 신작인 KBS 주말극 ‘오케이 광자매’도 방영 대기 중이다. 바야흐로 ‘막드’의 시대다.
막장 드라마는 언제부터 TV를 지배하기 시작했을까. 그 역사는 임성한 월드의 시작인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보고 또 보고’로 얽히고설킨 인물 관계와 복합적 사건 전개를 보이며 정적인 일일극의 문법까지 깼다고 평가받은 임성한. 그는 2002년 ‘인어아가씨’, 2005년 ‘하늘이시여’를 거치면서 한층 뒤틀린 갈등 구도로 특유의 작품 세계 구축에 성공했다. ‘임성한 월드’는 패륜, 치정, 배신과 복수, 출생의 비밀, 고부갈등 등 진부하고 자극적인 상황이 개연성마저 무시한 채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막장 드라마’의 원형 같았다.
이런 갈등 구도는 2007년 방영된 문영남 작가의 SBS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에서 더 극대화됐다. 시청자들은 ‘갈 데까지 갔다’는 의미로 유사한 작품들에 ‘막장’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다. 이어 등장한 김순옥 작가의 2008년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 신드롬은 본격적인 ‘막드’ 전성시대를 열었다. ‘김순옥 월드’의 특징은 기존 막장 드라마 흥행 공식에 경이로운 속도감과 박진감을 더했다는 점이다.
막장 드라마의 등장은 시대적 맥락과 떼놓을 수 없다. 케이블TV 개국,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보편화 등으로 다채널·다매체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 지상파 매체의 영향력이 계속 하락해온 변화의 시기와 맥을 같이한다. 더불어 외주 제작 증가와 실시간 시청률 서비스 도입으로 시청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다. 요컨대 막장 드라마는 심화한 시청률 전쟁이 낳은 괴물이었다.
시대적 변화는 최근의 막장 드라마 열풍에도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까지 매체 경쟁에 가세하면서 TV가 다시 한 번 ‘막장’이라는 흥행 카드를 꺼내든 결과다. 더욱이 요즘의 막장 드라마는 기존의 주 시청층인 중장년층을 넘어 젊은 시청층까지 끌어들인다. ‘펜트하우스’가 대표적인 예다. 김순옥은 막장의 세계에 미스터리·스릴러·액션 같은 장르적 요소를 적극 반영하고 스펙터클한 볼거리도 추가했다. 임성한 역시 ‘결혼작사 이혼작곡’에 ‘불륜 상대 찾기’라는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했다. 문영남의 신작도 미스터리 스릴러 멜로 코믹 홈드라마를 표방한다.
문제는 내용의 선정성 또한 갈수록 심화한다는 데 있다. 일례로 전작 ‘황후의 품격’에서 과도한 선정성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19세 이상 등급’ 권고까지 받은 김순옥 작가는 ‘펜트하우스‘에서 본격적인 ‘19금’ 에피소드를 선보였다. 결국 ‘막드의 진화’는 이 장르의 궁극적 목적이 여전히 시청률 지상주의에 있다는 것을, 그 욕망이 더 노골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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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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