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신간안내] 방법으로서의 경계

시계아이콘01분 49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신간안내] 방법으로서의 경계
AD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 본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출국 심사를 받는 와중에 자신의 국가에 쿠데타로 인한 내전이 발생했다. 모든 비자와 여건이 정지됐다. 순간 자신의 국적은 소멸됐고 돌아갈 고국도 남을 타국도 사라졌다. 공항 터미널이라는 '무국적' 공간에 홀로 남겨졌다. 그곳에서 그는 생존을 위한 또 다른 삶을 시작해야 한다. 2004년 개봉한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터미널'의 한 장면이다.


#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전쟁을 피해 난민 신청을 한 가족이 있다. 그들은 당면한 문자 그대로의 ‘생존’을 위해 난민 신청을 했지만 통상 이것이 통과되는 데는 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들은 이 긴 기간 동안 공식적으로는 자신의 고국도 아니고 목적국도 아닌 ‘어딘가’에 존재한다. 그들이 있는 곳은 난민신청자를 위한 수용소나 대기소 일 수 있고, 불법체류자이자 불법노동자로서 사회 어딘가일 수도 있다.


세계지도를 보면 국가를 구분짓는 경계들이 무수히 많다. 이 구획선은 근대의 산물이자 제국주의와도 깊이 연관돼 있다. 냉전체제가 끝난 이후 세계화 바람이 일면서 이 경계가 금방이라도 지워질 것처럼 보였으나 오히려 모습을 달리한 채 더욱 확산되고 있음을 최근 들어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책 '방법으로서의 경계'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이 경계가 정치·경제·사회적 맥락에서 어떻게 확인되고 있는지를 다룬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산드로 메자드라와 브렛 닐슨에게 톰 행크스가 '갇힌' 터미널이나 아프리카 난민가족이 머무는 그 ‘어딘가’는 모두 경계에 해당한다. 저자들이 보기에는 이주민들이 본국에서의 위험을 피해 터를 옮기려 시도하는 순간부터 이들의 흐름을 통제하는 경계가 시작된다. 이제 경계는 지도 위가 아니라 공항 입국 심사대에 있다.


경계는 더 이상 선이 아니다. 경계에는 시간과 공간까지 포함된다. 누군가에게는 전자여권으로 10초 만에 통과하는 출입국 심사대가 소말리아의 해변에서 동력선을 타고 지중해나 혹은 황해를 넘는 몇 주 혹은 몇 달의 밀항의 시공간으로 늘어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이 나라의 일원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별 받는 몇 년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 그들이 ‘존재’하는 모든 곳이 되기도 한다.


저자들은 ‘경계 없는 세상’이라는 이미지로는 더는 우리 세계를 설명할 수 없다고 본다. 이 책에 따르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경계는 확산하고 증식하고 있다. 지난 20년의 전지구화는 경계의 감소보다는 오히려 확산을 낳았다. 2019년 멕시코의 ‘불법 이주민’을 겨냥한 트럼프의 장벽이 세워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 각국에서 ‘백신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오늘날 경계는 굳건 하고 오히려 강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저자들은 ‘경계가 확산하고 있다’는 주장이 민족국가가 귀환하고 있다거나,민족국가가 전지구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주장과는 다르다고 분명히 말한다. 민족국가는 오늘날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조직되고 있고 과거와는 다른 형식을 띠고있다. 현재의 전지구화 과정들의 핵심적 특성 중 하나는 상이한 지리적 스케일이 지속적으로 재형성된다는 점이다. 이런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 국경선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구획들이 탐구돼야 한다. 경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저자는 지구를 북과 남, 동과 서로 구분하거나 세계를 1세계, 2세계, 3세계로 나눠 각 국가의 조건들을 평가하는 것은 낡은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분명한 선으로 분할된 지도의 이미지에서 출발해서는 현대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의 가장 부유한 국가들의 대도시 지역들 일부가 '제3세계'적인 조건에 처해 있는 것을 목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AD

저자는 경계의 증식이 지구를 이종적인 시공간으로 끊임없이 분할하고 접합하는 시대에 자본주의의 노동 조직을 특징짓는 분업과 위계들 역시 광범위하게 확산됐다고 주장한다. 특히 4장 '노동의 인물형'에서 돌봄노동자와 금융거래노동자라는 현대 노동의 주체적 인물형들을 분석하면서 이들을 연계하고 분할하는 경계를 밀도 있게 탐구한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