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피눈물 외면하는 곳간지기 자격이 없다"며 기획재정부를 핍박하고 있다. "돈을 찍어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인수하라"고 한국은행도 압박하고 있다. 국회를 완전 장악한 집권여당이 그 주역이다.
포퓰리즘 경쟁에 불을 붙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 나라가 기획재정부 나라냐"고 선동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듣기 싫은지 "재난기본소득을 포퓰리즘으로 비난하면 국민을 주권자가 아니라 지배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라며 학자들까지 공격했다. 주권자나 지배대상이라는 말이 포퓰리스트가 좋아하는 단어인줄도 모르는 듯하다. 돈 풀면 경제가 살아난다고 선전하는 재정금융 포퓰리즘은 양극화를 만들고 오히려 서민이 피눈물 흘리게 만든다. 곳간을 비우고는 세금으로 채우다가 이마저 안 되면 돈을 찍는다. 그러나 물가는 그만큼 폭등해 서민은 얼마 되지 않는 소득이 폭락하고 저축도 휴지로 되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이 정치와 경제는 물론 사회도 붕괴시킨다는 것은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역사가 보여준다.
19세기 말 흥선대원군은 국고가 바닥나자 당백전이라는 화폐를 찍었다. 이러자 물가가 폭등해 서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렸고 결국 일본이 조선을 합병해도 눈을 감았다. 20세기 초 독일의 바이마르공화국은 경제를 살린다고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합작해 돈을 찍어 국채를 발행했다. 실질임금은 폭락했고, 실업과 파업이 급증했으며, 은퇴자의 연금은 사라졌다. 국가에 대한 불신과 중산층의 불안은 히틀러에게 독재의 길을 열어주었고 결국 독일국민은 전쟁에 동원되었다. 2009년 북한은 재정파탄에 직면하자 주민들이 쌓은 돈을 회수하려고 화폐개혁을 했다. 북한 돈 대신 위안화와 달러화가 통용되는 등 경제의 기반 자체가 무너졌다. 석유로 남미의 최대 부국이 되었던 베네수엘라는 2010년대 들어와 최악의 빈곤국가로 전락했다. 돈을 함부로 쓰다가 재정이 파탄이 났고 화폐발행으로 메웠다. 독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금융제재까지 겹쳐 생필품을 구하지 못한 서민은 피난의 행렬에 올라야 했다.
포퓰리즘은 정치인의 서민 팔이 위선과 선전선동에서 시작된다. 결과는 서민을 더 가난하게 만든다. 포퓰리즘에 제동을 걸려면 이런 사실을 아는 책임 있는 위치의 엘리트부터 원칙을 지켜야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여당의 횡포에 모처럼 용기를 내어 맞서고 있다. 도덕경에 나오는 知止止止(지지지지) 즉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말을 하며 재정금융 포퓰리즘에 맞설 각오를 보였다. 한국은행 총재도 정부의 부채를 화폐발행으로 떠안을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말이 아니라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反 포퓰리즘 행동에 나서야 한다. 국제경제기구들은 한국이 최 빈곤국가에서 출발해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로 효과적인 경제정책과 경제 관료의 우수성을 지적한다. 이러다보니 권위주의정권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은 경제정책만큼은 관료의 의견을 존중했고 정치인들의 간섭을 물리쳤다. 현 정권이 추앙하는 고 노무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우리나라는 포퓰리즘이 전 방위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 만큼 뜻 있는 국민들의 반 포퓰리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재형 감사원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보여준 법치주의 지키기 행보가 박수를 받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서민 팔이 포퓰리즘을 막기 위해서는 엘리트의 살신성인 애국심이 필요하다. 서민팔이 포퓰리즘을 깨는 진짜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것이 이 시대 엘리트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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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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