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민주당 의원, '이승만·박정희 공과 따지자' 발언 후폭풍
SNS 좌표 찍히고 친문·문빠 세력 '집단 비난'…"국민의힘 가라"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정도껏 하세요" 발언 정성호 의원 비판 봇물
최장집 "운동권 세대·엘리트 그룹·이들과 결합된 '빠' 세력" 비판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당장 민주당에서 탈당하세요!" , "국민의힘으로 가라!"
'친문'(親文) 세력과 '문빠'(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맹목적으로 비하하는 표현)들이 16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을 찾아가 '탈당'을 촉구하고 나서 소위 '문빠 파시즘'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의 어떤 다른 의견도 용납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측면에서 '전체주의'를 말하는 파시즘과 같다는 지적이다.
'문빠 파시즘' 현상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 지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양심에 따라 의정 활동을 할 수 있는 국회의원 신분이지만 이른바 '문빠 좌표'에 찍혀 집난 비난은 물론 원색적 욕설까지 듣다 보면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일부 의원들의 토로다.
국회법(국회법 제114조)에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로 소속 정당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를 하고 △헌법(헌법 제46조)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하지만, '문빠 파시즘'이 사실상 헌법과 국회법보다 상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비판도 있다.
박 의원은 지난 12일 연세대 리더십 강연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여러 과오가 많은 분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군사 독재, 반(反)인권은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두 사람은 미래를 바라보는 안목이 있었다"고 말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공·과를 명확하게 한번 따져보자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문빠들은 용납하지 않았다. '독재', '민주주의 파괴'를 자처한 사람들의 장점을 보자고 한 것 자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독재 미화를 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논리다"라면서 "그런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린 사람들이 모인 민주당에 있을 이유가 있나, 박용진은 국민의힘 또는 그런 주장을 용인해주는 정당에서 주장하면 된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네티즌 역시 "민주당에는 박용진 같은 사람은 필요 없다"면서 "한두 번도 아니고 이쯤 되면 당을 해치는 행위다. 당 차원에서 징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탈당 요구에도 말이 없고 그렇다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도 아니고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이 지속하자 박 의원은 '이승만, 박정희, 조선일보 논란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해당 게시글에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박 의원을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 댓글만 262개 달리는 등 파문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일부는 아예 원색적인 욕설도 쏟아내고 있다.
문빠들의 '좌표 찍기'를 통한 집단 비난은 박 의원 뿐만 아니다. 지난 12일 국회 예결위원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회의 진행 과정에서 추미애 법무장관이 야당 의원 질문에 끼어들자 제지하며 "정도껏 하세요. 좀"이라고 발언했다. 이를 두고 '친문'과 '문빠'들은 박 의원과 마찬가지로 집난 비난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원활한 의사 진행을 위해 딱 한마디 했더니 하루 종일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특정 사안에 다른 의견을 냈다가 좌표가 찍혀 집단 비난을 받는 처지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특히 박 의원의 경우 추 장관 아들 군 시절 특혜 의혹에 소신 발언을 내놨다가 여지없이 도마 위에 올라 그야말로 난타를 당했다.
지난 9월16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해당 의혹에 대해 "교육과 병역은 온 국민의 관심사라 국민의 역린"이라며 "(당이) 계속해서 이게 '불법이다, 아니다' 이렇게만 바라보고 있는데, 같은 국회의원으로서 그리고 군대를 갔다 온 사람으로서 국민에게 의혹 자체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해당 발언 직후 문빠는 박 의원 페이스북을 찾아가 역시 '탈당 촉구'를 이어갔다. 원색적 욕설도 쏟아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도 마찬가지다. 9월14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휴가 처리가 제대로 됐느냐 안 됐느냐로 시작된 문제가 이제는 통역병에 자대 배치 청탁까지 의혹이 다 나오고 있다"라면서 "다양한 증언과 증거들이 나오고 있으니, 있는 그대로 다 까고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군 복무 특혜 의혹을 처음 제기한 당시 당직사병에 대해 '단독범'이라고 표현한 황희 민주당 의원에 "제 정신인가" 이라고 비판했다가 집단 항의를 받았다.
금 전 의원은 지난 12일 해당 논란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속정당, 여야, 진보보수 이런 모든 걸 다 떠나서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다. 어떤 이유에서든 자신이 대표하는 국민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회의원의 존재 근거를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1일 금태섭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민주당을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에서 "더 이상은 당이 나아가는 방향을 승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마지막 항의의 뜻으로 충정과 진심을 담아 탈당계를 낸다"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은 "합리적인 토론도 없고, 결정이 늦어지는 이유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그저 어떻게 해야 가장 욕을 덜 먹고 손해가 적을까 계산하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박용진 의원은 9월23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신 발언'을 이어갈 것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제게는 문자폭탄, 의원실로는 항의전화가 쏟아졌다. 예전에 읽었던 책 한권이 생각나서 다시 한번 들춰봤다. 지금도, 전에도 정치인의 자세에 대한 제 생각은 똑같다. 정치인은 정직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당장의 비난과 저항, 심지어 지지자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나 미래지향적 가치를 위해 도전하고 결단하는 일이 정치인들과 국가 지도자들의 핵심 덕목"이라면서 "심지어 워싱턴 대통령은 자신을 교수형에 처하라고 주장하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영국과의 굴욕협상인 제이조약을 승인한다"고 전했다.
이어 "나도 정치를 하면서 과분한 격려도 받고, 억울한 비난도 듣는다. 그러나, 비난이 두려워 피한다면 훗날 더 큰 후회와 비난이 따르게 될 것"이라며 "정직하고 책임있게 가다 보면 비난하고 싫어하는 분들도 제 진심을 알아주시리라 믿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해당 글에도 격한 비난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그러니까 그 말을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에서 하라니까!", "아직도 탈당 안했냐" 등 원색적 비난이 이어졌다.
이런 상황을 두고 진보 성향의 교수들 사이에서는 바로 이런 문빠들에 의한 집단 비난이 민주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종의 증거라는 비판이 있다.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한국정치연구'에 기고한 '다시 한국 민주주의를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촛불 시위 이후 문재인 정부의 등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가는 전환점으로 기대됐지만, 지금 한국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해있다"라며 "이 위기는 학생 운동권 세대의 엘리트 그룹과, 이들과 결합된 이른바 '빠' 세력의 정치적 실패에서 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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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에서"'보수의 수준이 진보의 수준을 결정하고, 진보의 수준이 보수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자명한 사실을 잊고 열성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 운영을 하는 정권들이 있는데, 문 정권도 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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