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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새우까지 진화…청년투자, '묻지마 빚투'는 편견

최종수정 2020.10.26 14:39기사입력 2020.10.26 11:16

음원 저작권 지분 주식처럼 사고팔아 수익…저작권료도 발생
레고 등 한정판 되파는 '리셀러', 생물 키워 파는 '브리더' 각광
성공경험 믿고 전업전환 위험…"제대로된 투자하도록 지원해야"

음원·새우까지 진화…청년투자, '묻지마 빚투'는 편견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익명의 유저들이 음원 투자에 대해 논의를 나누고 있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공병선·김수환·류태민·박준이·송승섭 인턴기자] 직장인 최석민(30)씨는 매달 월급에서 20만~30만원씩 떼어 음원 저작권에 투자한다. 가장 먼저 투자한 노래는 소찬휘의 'Tears'였다. 이 노래 저작권 지분 0.3%(17주·총 주식 수 4811주)를 지난 1월 주당 3만9547원, 67만원에 구매했다. 9개월이 지나 주가는 5만500원으로 올랐고 수익률은 27.7%를 기록 중이다. 그동안 받은 저작권료도 3만원 정도 된다. 지금까지 총 257만원을 투자해 시세 차익으로 수익률 32.6%를 거뒀고, 총 저작권료 수익은 8만6402원이다. 최씨는 "주식에 비하면 주가 변화가 예측 가능하고, 지분 가치뿐 아니라 매달 저작권료가 들어온다는 게 장점"이라며 "현재 20곡 정도에 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주식 넘어 다변화하는 청년 투자

최씨가 음원 저작권을 사고 파는 곳은 '뮤직카우'라는 플랫폼이다. 이곳에서 거래되는 음원은 630곡 정도다. 이용자 17만여명 중 20, 30대가 76%를 차지한다. 정혜정(35·여)씨는 "거래량이 적어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점은 있지만, 투자 목록에 올라오는 곡들의 가치를 잘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다양한 노래에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리더(breeder)'도 투자 방법으로 청년 층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브리더는 작은 생물을 키워 되팔면서 이익을 내는 사람들이다. 공기업에 다니는 김성학(30)씨는 관상용 새우 브리더다. 마리당 3000~5000원을 주고 사서 키운 뒤 두 배 가격에 분양하는 식으로 수익을 낸다. 매매는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나 오픈마켓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김씨는 "브리더는 대부분 취미로 시작해 규모를 늘려가다가 나중에는 개인 숍을 차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생물 투자는 새우뿐 아니라 사마귀나 개미·물고기·거북이 등 마니아 층이 형성된 모든 분야에서 이루어진다. 특히 파충류 브리더가 많은데 희귀한 종은 가격이 수백만 원에 달하는 것도 흔하다.


취미를 돈벌이로 연결하는 대표적 사례로는 '리셀러(re-seller)'가 있다. 인기가 높지만 수량이 한정된 신발이나 의류·장난감 등을 비싸게 되파는 일이다. 조립식 장난감 '레고' 한정판을 팔아 돈을 버는 일을 '레테크', 커피점 스타벅스 한정판 매매는 '스테크'라 부를 정도로 청년 사이에서 일반화된 투자법이다. 대학원생 한택호(28·가명)씨는 최근 유명 스포츠브랜드 신발을 22만원에 구매해 80만원에 팔았다. 그는 "가격이 오를 만한 물건은 구매 경쟁이 치열해 새벽에 줄 서는 일도 잦다. 알바생을 풀어 물건을 확보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한씨는 이어 "이 분야가 적성에 맞고 잘 하는 것 같아 아예 리셀 전문 숍을 차릴까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온라인 기반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주경민(30)씨는 부동산 소액투자를 선택했다. 지난 1년간 430만원을 투자해 수익률 12%를 기록 중이다. 모바일결제서비스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금융 플랫폼을 활용한다. 그는 "일단 투자해놓으면 큰 신경 안 쓰고 매월 수익금이 따박따박 들어오니까 좋다"고 했다.

직업관 변화의 한 단면…교육·과세 등에도 관심 가질 때

청년들은 온라인 기반이며 소액 투자가 가능하고 전문 지식 습득이 덜 필요한 분야에 주로 관심을 갖는다. 이런 세태는 주식 열풍 요인과 마찬가지로 취업과 내집마련 불확실성이 배경으로 보인다. 디지털 플랫폼 접근성이 청년세대에 유리한 것도 한몫한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스마트폰 기반으로 게임하듯 모든 종류에 투자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청년 투자에도 명암은 있다. 너도 나도 뛰어들면서 기존 직업을 대체할 것처럼 보이던 '유튜버'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전업 유튜버 안모(35)씨는 "큰돈을 벌수 있다는 기대감에 카메라 등 장비에 400만원을 투자했지만 다섯달째 수입은 0원"이라며 "전업으로 삼기 전에 영상편집 등 제반 기술을 미리 습득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인터뷰에 응한 청년 대부분도 '큰 수익을 낸 몇 번의 경험'을 믿고 준비 없이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수익이 불안정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직업으로 삼을 만큼 수익을 내려면 투자액이 많아져야 하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위험도 커진다는 것이다.


청년 투자를 '쉽게 돈 벌려는 치기'라거나 '철 없는 묻지마 투자' 정도로 볼 것이 아니라, 제도권에 정착시키기 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업관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회현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청년들이 제대로 된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가 시설이나 장비, 교육 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고기를 잡을 도구를 줘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아울러 청년들이 새로운 투자법과 투자처를 계속 개발해 내는 만큼 합당한 과세 정책을 마련하고 디지털 정보 격차가 경제력 격차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도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공병선 인턴기자 mydillon@asiae.co.kr
김수환 인턴기자 ksh2054@asiae.co.kr
류태민 인턴기자 right@asiae.co.kr
박준이 인턴기자 giver@asiae.co.kr
송승섭 인턴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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