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공지능(AI) 분야 최고 전문가를 영입하면서 '인재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의 핵심이기도 한 AI는 이 부회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삼성전자의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인재 영입은 물론 AI 사업 육성을 위한 전략 수립도 직접 챙기고 있다. 최근에는 일주일 사이에만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와 생활가전 사업장을 잇따라 방문하고 사장단 간담회를 주재하는 등 연일 강행군 행보다.
2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통합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에 AI 분야 최고 석학인 세바스찬 승(승현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가 내정됐다. 승 소장은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 위치한 글로벌 15개 연구개발(R&D)센터와 7개 AI센터의 미래 신기술과 융ㆍ복합 기술 연구를 관장한다. 삼성전자 측은 승 소장이 그동안 학계에서 쌓은 경험과 뛰어난 연구 능력, 폭넓은 연구기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선진 연구자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우수 인재 영입을 통한 미래 기술 연구 역량을 증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승 소장은 뇌 기반 AI 연구를 개척한 세계적 석학으로, 2018년부터 삼성리서치 최고연구과학자(CRS)로서 삼성전자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에 대한 자문을 통해 글로벌 AI센터 설립과 AI 인력 영입에 기여해왔다. 특히 승 소장은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뉴 삼성 비전'을 발표하면서 회사의 미래를 위해 외부의 유능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선발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 이뤄진 첫 영입 사례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삼성은 앞으로도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2018년 AI와 5G, 전장용 반도체 등을 미래 성장 사업으로 지정하고 집중 육성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히 AI는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분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18년 경영 재개 직후 첫 해외 출장지로 유럽과 북미를 방문해 AI 분야 글로벌 석학들과 교류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승 소장과 함께 세계 AI 분야 4대 구루로 꼽히는 요슈아 벤지오 교수를 만나 미래 AI 산업 발전 방향과 삼성전자의 AI 전략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리서치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꼭 해내야 한다"며 AI를 비롯한 미래 신사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었다.
승 소장은 "회사의 미래를 위해 AI 경쟁력을 더욱 빠르게 키워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이 같은 경영 철학에 공감해 앞으로 삼성전자 AI 연구에 전념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4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한 승 소장은 "최적화된 AI 기술 구현을 위해 뇌 구조를 AI 기술에 접목해야 하며 AI 구현의 핵심 부품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아직 약세이나, 여러 기술적 성과를 통해 세계를 놀라게 한 잠재력이 있으므로 또 한 번 현명한 투자를 한다면 전 세계의 번영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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