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중]'마음 먹은 모든 것' 결정 가능한 정치 지형…"'민생' 성과 보여야만 정치개혁 과제도 탄력" 조언
오는 10일 임기 4년 차를 시작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 정치에서 누구도 넘지 못했던 '난공불락의 성벽'을 넘어설지 주목된다. 대통령 취임 초 국정수행 지지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던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4년 차에 '지지도 50%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50% 지지도는 '레임덕' 우려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국정운영에 나설 수 있는 기준점이다. 이른바 대통령 지지도 50%의 법칙을 둘러싼 정치적 의미와 과제를 담아 '상, 중, 하' 3회 기획으로 준비했다. -편집자주
(상) 대통령 임기 4년차 난공불락, 지지율 50%의 성벽
(중) 역대급 권력 쏠린 與…국정 '오버페이스' 딜레마
(하) 미래권력 부상과 측근 비리, 임기 4년 차의 암초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래. 지난 4ㆍ15 총선에서 민심은 '국난극복'의 사명을 담아 집권여당에 압도적 의석을 몰아줬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60%대의 높은 지지율도 든든한 뒷받침이 됐다. 지난해 이른바 '조국 사태'로 40% 초반까지 내려앉았던 지지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성공적 방역에 대한 평가로 반전을 이뤘다.
2018년 지방선거와 이번 총선의 연이은 대승으로 중앙ㆍ지방권력에 더해 의회권력까지 정부여당에 압도적으로 집중됐다. 그야말로 '마음 먹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정치 지형이다. 여권 안팎에선 총선 직후부터 기대감이 부풀어올랐다. 당장 '개헌'과 같은 대형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이유다.
현재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 동의하면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개헌발안제'가 여당 인사를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회가 8일 본회의를 열고 의결 절차를 밟을 예정이나, 정족수 미달로 불성립 될 가능성이 높다.
실상 개헌의 핵심 의제는 대통령 중임제 등의 권력구조 개편인데, 아직 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단계는 아니다. 특히 대통령 중임제는 국민적 공감대나 숙의 없이 속도를 낼 경우, 또 다시 찬반이 갈리는 국론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당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나온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0일 "개헌이나 검찰총장 거취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코로나19 국난 극복"이라며 '개헌 금언령'을 내렸다. 자칫 밀어붙이기식 개헌 이미지가 부각될 경우 오히려 국정 운영의 주도권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럼에도 차기 21대 국회에서 개헌은 언제든 '살아있는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촛불민심 등 시대정신을 담은 '국민주권적 개헌' 추진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실제 이듬해 3월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했다. 당시 지방선거와 동시투표가 불발되면서 폐기를 앞두고 있긴 하지만, 차기 국회에서는 역대급 범여 의석을 확보한 만큼 그 동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재벌개혁, 공정경제, 규제혁신, 세제개편 등 미완의 경제 현안도 산적하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침체 우려가 나오면서, 정치적 이슈보다 경제정책에 대한 주목도가 훨씬 높아졌다. 특히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법인세 등은 핵심 지지층과 중도층 갈등이 우려되는 대목이고 여당 내 강경파 의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논의 사례에서도 불거졌듯, 향후 이뤄질 개혁적 정책 추진에서 당정 간 마찰도 변수다. 몸집만을 내세운 국정운영 '과속'에 대한 경계심이 필요하다고 지적되는 대목이다. 민주당 내에서 열린우리당 시절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문 대통령의 지난 3년을 돌아보면 '탈(脫) 정치' 행보일 때엔 (국정지지율이) 좋았고, 정파적 이슈 국면에서는 좋지 않았다"며 "2018년 말부터 두 달여 이어진 지역경제투어 때나, 이번 코로나19 국면은 탈정치 이슈로 분류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행보 만으로 실제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가의 문제"라며 "'민생우선' 메시지와 함께 성과를 보여야만 비로소 정치개혁 과제에도 힘이 실릴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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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에만 방점을 둬 정파적 갈등을 유발할 경우 국정이 '오버페이스'의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집권 4년차를 앞두고도 여전히 이어지는 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 압도적 총선 승리로 탄생한 슈퍼 여당.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이 두개의 축은 그만큼 폭발성이 높은 화약고이기도 하다. 정파적 진영 논리에 휩쓸릴 경우 바로 무너질 사상누각이나 다름없다. 최근 정치권에서 '실용'이 화두로 떠오르는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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