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비 인상 경쟁 종료
이달부터 손해율 관리 나서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손해보험업계에 가입 한도 축소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달부터 대부분 손보사들의 유사암 진단비가 1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보험사마다 최대 5000만원까지 보장을 내세우면서 유사암 가입 열풍을 불러왔던 것과 비교하면 상황은 급변했다. 가입한도를 줄여서라도 손해율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절박함에서다.
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손해보험은 이달부터 유사암 진단비를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축소했다. MG손해보험도 최대 1500만원이던 유사암 진단비를 1000만원으로 줄였다. 현재 2000만원까지 보장하고 있는 삼성화재도 조만간 한도를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사암 보장한도 2000만원으로 가입하려는 고객들은 지난 28일까지 마감을 마무리했다"면서 "이달부터는 유사암 축소 공지 뿐만 아니라 혈관진단비도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까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유사암은 갑상선암, 기타피부암, 경계성종양, 제자리암 등을 지칭한다. 일반 암에 비해서 발병확률이 높아 가입금액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갑상선암의 경우 국내 여성 발병률 1위를 기록 중인 암이지만 생존율은 100%에 육박할 정도로 치료성적이 좋다.
지난해 손보사들이 유사암 보장금액을 높이면서 장기보험 판매 경쟁에서 핵심 항목으로 꼽혀왔다. 작년 하반기에는 6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서도 유사암 진단비를 5000만원을 보장하는 상품까지 등장하면서 과열 양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업계 간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우려, 가입 한도 축소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대형 손보사를 중심으로 유사암 담보를 대폭 인하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메리츠화재는 작년 11월부터 2000만원이었던 유사암 진단비 가입금액을 1000만원으로 내렸다.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도 지난 연말을 전후로 유사암 진단비 가입금액을 1000만원으로 축소했다. 일부 손보사들은 업계누적 가입한도까지 줄였는데 다른 보험사에서 유사암 진단비에 가입한 소비자들의 추가 보험가입을 받지 않고 있다.
유사암 진단비를 줄이는 것은 향후 장기보험의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판매를 줄여서라도 손해율 관리를 강화하고 손실을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손해율이 급증하고 있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보다는 상대적으로 양호하던 장기보험으로 까지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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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관계자는 "보장성보험 상품에 집중하면서 과열됐던 진단비 인상 경쟁이 끝나고 손해율 관리로 전환되는 분위기"라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거에 비해 보장내역이 줄어든 만큼 보장한도를 높게 구성하려면 그만큼 보험료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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