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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한지의 숨결⑧] "전통보존·산업육성 하려면"…'닥종이 명인'의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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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지의 현주소<하>자생력으로 또 다른 1000년
박성만 동양한지 대표 인터뷰

[천년 한지의 숨결⑧] "전통보존·산업육성 하려면"…'닥종이 명인'의 제언 박성만 동양한지 대표가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며 전통한지의 보존과 산업육성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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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우선 국내산 닥나무(한지 원재료)를 수매하고, 껍질을 벗겨 원료를 만드는 과정에 투입되는 인력에 인건비를 지원하는 식의 정책이 필요하다. 노인지원사업으로 하면 일자리 문제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박성만 동양한지 대표(사진)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약 50년간 전통한지를 유통·판매해왔다. 한지문화를 알리는 일이나 사업체를 이끄는 게 과거에도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고 한다. 박 대표는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지금의 한지시장은 전통문화 보존과 산업 육성이라는 명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료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장 한지 완제품 품질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를 위해 닥나무 수급체계부터 손봐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지적이다. 당장 개별 사업체 단위에서 손대기 쉽지 않은 만큼 정부나 공공기관이 정책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국산 닥나무를 수매하고 껍질을 벗겨 원료를 만드는 과정에 투입되는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보존해야 한다"면서 "고령층 일자리문제를 해결하면서 생산단가를 낮추는 것도 가능해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전통문화를 지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년 한지의 숨결⑧] "전통보존·산업육성 하려면"…'닥종이 명인'의 제언


두 번째로 한지를 제조하는 기술자의 급여를 정부에서 일정 부분 보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보다 안정된 여건에서 질좋은 종이를 생산하고, 한지를 다양한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연구도 병행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장 활용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찍어내기식 대량 생산에 매몰돼 특화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한지를 연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인사동처럼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있는 상점들에 지방자치단체가 임대료 일정 부분을 보전하는 식의 지원책을 제시했다.


"정부가 닥나무 수매, 원료 생산에 고령층 투입해 단가 낮춰야"
"기술자·판매점 등 인건비·운영비 보전…부처 전담 인력 확충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 부처나 지자체에서 한지를 전담하는 인원이 소수이고, 이마저도 2~3년 정도 맡다가 다른 업무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통문화의 가치를 고려해 장기적으로 업무를 전담하는 전문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입 재료를 쓰는 곳이 늘면서 생기는 품질문제도 걱정거리다. 국내산 닥나무도 원료를 대량으로 얻기 위해 비료를 사용하면서 과거 자연 상태의 재배 방식과 비교해 껍질의 성분이 기름지고 섬유질이 단단하지 않다는 게 박 대표의 주장이다. "조선 시대 한지에 그린 어진(임금의 초상화)은 500년이 넘도록 원형을 보존하는데, 지금의 한지에 대통령 초상화를 그린다면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도 여기서 나왔다.


[천년 한지의 숨결⑧] "전통보존·산업육성 하려면"…'닥종이 명인'의 제언


그는 "아기가 태어나면 금줄에 한지를 꽂고 사람이 운명할 때는 한지로 염(殮)을 했으며 제사를 지낼 때 한지로 지방(紙榜)을 쓰는 등 한지는 우리 민족과 평생을 함께해온 문화"라면서 "전통한지가 우수하다는 허울만 내세우고 정책적으로는 이를 고사하도록 방치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주에서 나고 자란 박 대표는 한지 위탁 판매를 하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1972년부터 인사동에서 동양한지를 운영하고 있다. 여주 한지문화연구소장으로도 일하며 한지 개발과 육성에도 힘을 쏟았다. 지난해에는 종이문화재단으로부터 '대한민국 닥종이 명인'으로 선정됐다.



[천년 한지의 숨결⑧] "전통보존·산업육성 하려면"…'닥종이 명인'의 제언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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