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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진실] "물도 안돼요"…'2만원 한식'으로만 버틴 日 출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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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가지 마라고 하는 것 아니냐” 민간 주도 불매운동에 놀라움과 의아한 반응
현지 유학생 “큰 소비는 한국에서 하고, 일본 내 소비 최소화 노력” 불매운동 동참
日재무성 9월 무역통계, 전년 동기 比 15.9% 감소…불매운동 여파 현실화

[오해와 진실] "물도 안돼요"…'2만원 한식'으로만 버틴 日 출장기 일본 수출규제로 촉발된 불매운동과 일본 현지 상황에 대한 취재 지시를 받았을 때, 무수한 악플의 예시(豫示)에 두려움이 앞섰지만, 정작 복병은 영상 콘텐츠를 위해 함께 간 PD가 제안한 현지 불매운동 체험이었다. 3박 4일 간 일본에서 미리 구입해간 2만원 어치 한국 음식으로 무사히 버틸 수 있을까? 사진 = 이경도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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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지난 7월, 일본 경제산업성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조치로 촉발된 한일 무역 분쟁은 민간 차원의 대규모 일본 불매운동을 야기했다. 어느덧 4개월째에 접어든 불매운동, 그 여파로 일본 기업의 한국 매출, 그리고 한국 관광객 비중이 높았던 규슈 지역의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고, 이에 따른 일본 내 현지 상황은 어떠한지 취재해보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부득불 일본에 가야 하는 상황. 일본 여행 보이콧의 영향으로 필자와 같은 출장 차 방일하는 사람들이 공항과 기내에서 “출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는 건데...”라며 방백(傍白) 하는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는 웃픈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미룰 수 있다면 치워두고, 안 갈 수 있다면 꼭 피하고 싶었던 출장길에 나서는 발걸음은 무겁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기왕에 가야 할 일본이라면,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현장과 현지 주민, 그리고 관계자의 상황을 취재하겠다는 목표로 빡빡한 일정을 계획하고 출국 차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동행 취재에 나선 PD로부터 한국에서 공수해 간 식음료로만 취재 일정을 버텨보는(숙소와 교통편은 이미 회사를 통해 예약되었으므로), 이름하여 ‘일본 현지 불매운동 3박 4일’을 실천하자는 제안이 섬광처럼 날아들었다.


[오해와 진실] "물도 안돼요"…'2만원 한식'으로만 버틴 日 출장기 취재를 방패삼아 현지 맛집서 식사해보려던 음험한 마음은 공항서부터 PD에 의해 완벽하게 차단됐다. 주어진 돈은 단 2만 원, 라면과 즉석밥을 담는 내내 몰래카메라에 준하는 이 상황이 꿈이었으면 수 차례 뇌까렸다. 사진 = 이경도 PD

최종 결재권자의 사인이 선연한 출장 지시서를 받아들고, 2만 원의 예산 안에서 먹고 마실 모든 것을 사는 순간은 참담하기 짝이 없었다. 수하물을 부치는 순간까지도 난생처음 짐이 잘못(?)되기를 바랐지만, 흠집 하나 없이 일본 나리타 국제공항에 도착한 식량을 이고 지고 3박 4일간의 현지 불매운동 체험을 통해 국내 불매운동 참여자들과 마음을 같이하며, 일본 내 불매운동의 여파를 상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오해와 진실] "물도 안돼요"…'2만원 한식'으로만 버틴 日 출장기 월 1~2회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일본 도쿄 신주쿠역의 헤이트 스피치 현장은 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일본 의회를 통과한 헤이트 시위 억제법 이후 외국인→한국인→조총련 으로 변경된 이들의 타깃은 궁극적으로는 한국인을 향해 있었다. 사진 = 이경도 PD

1일 째, 공복과 헤이트스피치

도쿄의 대표적 한인타운인 신오쿠보(新大久保) 일원은 양국 간 치열한 분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드나들고 있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려 했으나, 길게 늘어선 줄로 뜻을 접어야 했다. 대기 줄 사이에서 만난 직장인 미키 씨는 “정치적 관계는 국민이 모르는 사이에 정해지고 흘러가니까, 정부의 일방적 규제조치와 관계없이 교류나 여행은 계속될 것”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일반 시민의 입장을 설명했다. 물론 신오쿠보는 K-POP과 한식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므로,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을 전체의 반응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지만, 혐한이 판을 치는 일본 한복판에서 친한 정서로 가득한 거리의 열기는 생소한 동시에 반가울 따름이었다.


신주쿠(新宿)의 대형서점가를 돌며 혐한 서적 실태를 파악하고, 신주쿠역에서 꾸준히 자행되고 있는 혐한 헤이트 스피치 현장 취재를 마치고 나니 벌써 챙겨온 500mL 생수 4병 중 1병이 소진됐다. 숙소로 향하는 길, 시원한 커피 한 잔이 간절했지만 불매 체험의 취지를 떠올리며 정신력으로 버텨야 했다. PD와 통역사 사이에서 쫄쫄 굶은 필자는 숙소에서 물 반병을 끓인 뒤 챙겨온 신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오해와 진실] "물도 안돼요"…'2만원 한식'으로만 버틴 日 출장기 현장을 함께 찾은 가이드와 통역사, 그리고 동료 PD 사이에서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상황은 참으로 고역스러웠다. 사진 = 이경도 PD

2일 째, 돼지의 도시에서 생라면 씹어먹기

이튿날, 홋카이도(北海道) 오비히로(??)에선 최근 일본 정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레이와 신센구미(令和 新選組) 대표 야마모토 타로(山本太郞·45)의 가두 연설장을 찾았다. 아베 신조 정부 주도의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한국의 불매운동에 자국민 피해가 커지는 상황을 지적하며 “용서할 수 없는 문제”라고 역설하는 그의 발언은 일본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편의점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하려는 일행에 편승해 공짜 라면 물을 받으려 했으나 그 물도 ‘일본 물’이라는 PD의 제지에 생라면을 씹는 사이, 일본 거주 30년 차 가이드는 한국 불매운동의 타격이 가장 큰 곳은 규슈, 그중에서도 우리가 향할 ‘벳푸’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 조언했다. 앞서 일본 주요 일간지 역시 일제히 1면 기사로 한국의 일본 여행 보이콧에 따른 관광 피해규모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일본 내에서도 불매운동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한 인상이었다.

[오해와 진실] "물도 안돼요"…'2만원 한식'으로만 버틴 日 출장기 촬영과 장비 이동으로 고된 이PD와 취재에 큰 도움을 준 통역사가 브런치를 즐기는 동안 필자는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사진 = 이경도 PD

3일 째, 텅 빈 관광도시와 즉석밥의 맛

벳푸(別府)는 시가지부터 관광지까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일본 최대규모의 온천 호텔 홍보 담당자가 인터뷰 중 필자에게 “혹시 정부에서 일본에 가지 말라고 규제하는 것은 아니냐?”고 물어올 정도로 민간 주도의 불매운동은 그들에겐 이해할 수 없는 운동이자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한국 단체관광객이 들어차던 지옥온천의 대형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고 현지 택시기사는 “몇몇 버스업체는 도산 위기”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귀띔했다.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유후인(由布院)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로 상점가 전역이 한적했고, 한국어 안내판이 곳곳에 붙은 한 기념품 상점 직원은 “불매운동의 원인은 문재인 정부이며, 이전 박근혜 정부 때가 좋았다”며 정권이 끝나야 불매운동이 끝날 것이란 견해를 밝혀왔다. 숙소에서 즉석밥을 데워먹는 내내 무역 갈등의 원인에 대한 양국 간의 극명한 입장차만큼이나 국민 정서 역시 반대로 향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오해와 진실] "물도 안돼요"…'2만원 한식'으로만 버틴 日 출장기 도쿄 히비야공원서 열린 한일교류문화축제 현장의 인기 부스는 단연 한식판매코너였다. 긴 줄을 뚫고 신오쿠보에서 한식당을 경영하는 사장님의 해물파전을 받아든 순간, 나도 모르게 환호를 질렀다. 사진 = 이경도 PD

4일 째, 비로소 도쿄서 마주한 부침개와 떡볶이

챙겨온 라면과 밥이 다 바닥나자 도쿄 히비야(日比谷) 공원에서 열린 한일교류문화축제로 향하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축제 현장에는 약 7만2000명의 방문객이 몰려 다채로운 한국 문화에 매료된 ‘신한류’의 뜨거운 열기를 방증했다. 반면 현장서 만난 주일한국문화원의 한 관계자는 근무 중에는 한국을 사랑하며, 우호적인 사람들을 마주하다가 퇴근 후 집에서 TV를 켜면 무분별한 혐한 보도가 쏟아지는 현실이 참 당황스럽다고 털어놔 일본 거주 중인 한국인의 고충을 설명했고, 취재 중 통역을 맡은 한 유학생은 “비록 몸은 일본에 있지만 가전제품과 같은 큰 소비부터 의류나 생활용품 등의 작은 소비까지 가급적 한국에 갈 때 몰아서 사 오는 것으로 나름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혀 취재진을 숙연케 했다.


허기진 필자가 한국음식 부스에서 먹거리 삼매경에 빠져있는 동안 필자와 PD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먹방’에 관해 묻는 일본 시민들의 표정 뒤로 불매운동 확산에 따른 민간교류 단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연신 들려왔다. 허기져 울리는 환청이겠거니 도외시하는 찰나, ‘어떤 취재’를 위해 일본에 왔냐는 질문에 불매운동과 그 여파에 대해 설명하자 의아함과 놀랍다는 반응이 돌아왔는데, 불매운동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의 시민운동이란 점에 놀라움을, 왜 정치적 문제가 개인의 소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그들이 갖는 의구심이 느껴졌다. 정치는 정치로, 민간 교류는 민간 교류로만 바라보자는 말에서 수출규제조치를 바라보는 양국 시민의 확연한 시각차와 더불어 정치뿐만 아니라 민간에서의 갈등 혹은 간극의 장기화 조짐이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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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진실] "물도 안돼요"…'2만원 한식'으로만 버틴 日 출장기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여행 보이콧 여파로 텅 비어있는 벳푸 지옥온천 대형주차장 모습. 사진 = 김희윤 기자

3박 4일의 취재 도중 필자는 빵과 우유, 500㎖ 생수 한 병을 사다 PD에게 적발(?)당했다. 온전한 불매운동의 관점에선 패배자일 따름이지만, 반대로 일본 현지에서 불매운동을 실천하는 한국인의 심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던 불매운동은 지난 21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9월 무역통계에서 한국 수출액이 4028억엔(약 4조3000억 원), 전년 동기 대비 15.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점차 실질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됐다. 문득 불매운동이 정부 주도의 규제인지 묻는 호텔 관계자의 질문에 민간 차원의 자발적 운동이자, 역사문제에 경제 보복을 감행한 아베 정부를 향한 한국 국민의 메시지라고 건넨 답이 떠올랐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 물산장려운동으로부터 약 100년이 지난 지금, 불매운동을 통한 보다 강력한 메시지가 일본 정부에 가닿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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