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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에게 '주말엔 낳지 말라' 해야 하나"… 산란일자 표시제 앞둔 농가 '한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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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제도 본격 시행 앞두고 농가 '전전긍긍'
계란 신선도 불신만 키워내 가격 폭락 우려도
명절 등 성수기 수요 대응 어려워 질 가능성
가공업체 등에 싼 값 처분해 시장 붕괴 올수도

"닭에게 '주말엔 낳지 말라' 해야 하나"… 산란일자 표시제 앞둔 농가 '한숨'(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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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기 기자]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사는 모습을 보면 계란의 미래가 훤히 보입니다."


경기도 연천에서 양계업을 하는 안영기(50)씨의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근심이 가득했다. 오는 23일부터 본격 운영될 달걀 껍데기 산란일자 표시제 때문이다. 양계업을 시작한 지 25년차인 안 씨는 그동안 산란계 농장만 운영해 왔다. 그가 키우는 산란계 수만 20만 수. 하루 12만 개의 계란을 생산한다.


안 씨는 산란일자 표시가 오히려 신선도에 관한 불신을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유통기한 하루 차이를 따지며 우유를 고르듯 산란한 지 얼마 안 된 계란만 골라 사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계란의 통상적인 유통기한은 30일 전후다. 즉 2~3일 정도의 산란일 차이는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산란계 농가들은 구체적인 산란일자 표시가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안 씨는 "현재도 산란한 지 2~3일 지난 계란은 중간 유통상이 구매를 꺼린다"며 "산란일자 표시는 도리어 신선도에 큰 문제가 없음에도 불신을 키워 업계 전체에 부담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달 23일부터 달걀 껍데기에 닭이 알을 낳은 일자가 새겨지는 '산란일자 표시제도'가 본격 시행된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축산물 표시기준'이 개정되면서 지난 2월23일부터 산란일자 표시제가 도입됐으며 6개월의 계도기간이 종료되면서다. 이는 2017년 계란 껍데기에서 살충제 성분이 발견돼 유통망의 추락한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소비자는 개별 계란에 표시된 10자리 숫자로 산란일자, 사업자명, 사육환경 등을 알 수 있게 된다.


소비자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농가를 중심으로 양계업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명절처럼 계란 수요가 늘어날 때 대응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통상적으로 계란은 30일 정도의 기한을 두고 유통돼 왔다. 그러나 산란일자가 표시되면 소비자들이 낳은 지 오래된 계란을 꺼리게 되고 명절 전에 재고 확보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 명절 직후 보름에서 한달간 수요가 떨어지는 비수기 기간동안 생산된 물량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폐기처분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말에 생산되는 계란과 명절연휴 등 유통 시점과 산란일자의 차이가 불가피한 경우 피해 가능성은 더더욱 커진다.


종전까지 중간유통상이 계란 재고의 일정량을 부담해왔다. 산란일자 표시가 본격 시작되면 이 부담이 산란계 농가에 크게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경기도 이천에서 산란계 10만 수를 기르는 정승헌(46) 씨는 "종전에는 낳은 지 2~3일 지난 계란도 유통에 이상 없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벌써부터 산란일이 경과한 계란은 팔리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정 씨는 "닭들은 소란부터 왕란까지 다양한 크기의 계란을 낳는데 중간유통상마다 취급하는 크기가 다르다"며 "이런 이유로도 재고가 쌓이고 고스란히 농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양계협회 등 생산자들은 산란일자 의무 표시제가 결국에는 계란 가격의 폭락과 수급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유통구조상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에 납품하려면 대부분의 경우 중간유통상을 거쳐야 한다. 중간유통상은 현재도 산란일자에 관해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농가들은 기준에 맞지 않는 계란은 식품가공업체 등에 절반 수준의 가격에 팔 수밖에 없다. 농가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처분하는 계란가격이 시장가격이 될 경우 양계업자들에게 그만큼 피해가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른바 '콜드체인'이라 불리는 냉장 유통망이 확보되지 않은 점도 산란일자 표시제의 맹점으로 지적된다. 류경선 전북대 동물소재공학과 교수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산란일자 표시제도를 운영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산지에서부터 7~10도 내로 유통되는 콜드체인 확보없이 산란일자를 표시하기만 해서는 계란의 신선도 확보를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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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계란 선택의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불가피한 제도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계란유통협회 관계자는 "국민들이 안전하고 신선한 계란을 골라 먹을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라며 "농가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이르기까지 완벽한 콜드체인을 만들기란 현재 힘들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팔지 못한 계란을 폐기하거나 저가로 팔아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현재까지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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