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생활수준 높을수록 지지율 높아, 한국당 낮을수록 지지율 높아…정책 방향과 상반된 정당지지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전진영 수습기자] 부자일수록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고 가난할수록 자유한국당을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핵심 정책 방향과 정당 지지율이 상반된 결과로 나타난 셈이다.
3일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유ㆍ무선 전화 면접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생활수준별 정당 지지율은 일반적 상식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지지율이 올라가는 역피라미드 구조를 보였다. 생활수준에서 '상·중상' 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48%, '중' 41%, '중하' 39%, '하' 29%로 각각 조사됐다. 반면 한국당은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지지율은 낮아지는 피라미드 구조를 보였다. 한국당 지지율은 생활수준 '상·중상' 18%, '중' 20%, '중하' 23%, '하' 28%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본인의 생활수준이 '상' 또는 '중상'이라고 답변한 이들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48%, 한국당이 18%로 3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반면 생활수준이 '하'라고 답변한 이들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29%, 한국당 28%로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한국당은 전통적으로 '작은 정부' '세금 축소' '복지 확대 경계' 등 부유층 입맛에 맞는 정책에 초점을 맞춰 정치 활동을 벌였다. 민주당은 '서민 지원' '복지 확대' 등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춘 정책 개발에 힘을 실었다.
일반적으로 '부자(富者)의 정당'은 한국당, '빈자(貧者)의 정당'은 민주당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지만 여론조사에 나타난 결과는 정반대다. 주요 정당이 정책적으로 공을 들이는 계층에서 가장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났다는 얘기다.
이는 정치·사회적으로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다. 한국정치의 독특한 특성과 국제정치의 보편적인 상황이 맞물린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외국에서도 저소득층은 생각보다 상당히 보수적이다. 한국 민주화를 주도한 계층도 사실 중산층이었다"면서 "고령화될수록 보수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나이가 든 분들의 소득 수준이 낮다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의 정치 행보가 교육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부유층에 거부감으로 다가온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한국당 정치인들의 이념 구호나 막말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미로 보인다.
저소득층일수록 민주당 지지율이 낮아지는 현상은 문재인 정부가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이라는 견해도 있다. 최저임금 확대 등 저소득층 생활수준 향상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이 체감 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성과 정책이 가져오는 효과성의 괴리가 나타난다는 의미"라며 "생활수준 상층부 지지율이 높은 것은 전반적으로 한반도 안정 기조가 이뤄지는 게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전진영 수습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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