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오해와 진실] 위험천만 스포츠? 움직임의 예술! 파쿠르 체험기

시계아이콘02분 35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맨몸으로 장애물 뛰어넘는 ‘움직임의 예술’
경쟁과 규칙, 순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의지’가 핵심

[오해와 진실] 위험천만 스포츠? 움직임의 예술! 파쿠르 체험기 아찔하고 화려한 액션으로 각인된 '파쿠르'를 자유의지 실천의 움직임이라 말하는 김지호 파쿠르제너레이션 코리아 대표는 파쿠르를 규칙과 순위에 얽매이는 스포츠와는 다르다고 설명한다. 사진 = 윤진근 PD
AD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아찔한 높이의 건물 사이를 거침없이 뛰어다니며, 높은 벽에 단숨에 매달려 이동하는가 하면 눈앞의 장애물을 가뿐히 피하는 날렵한 움직임. 가벼운 몸짓 이면엔 도심 속 지형지물이 가진 날카로운 위험이 도처에 사려있다. 매일같이 책상 앞을 지키며 운동이라고는 숨쉬기와 걷기가 전부였던 기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화려한 액션, ‘파쿠르’. 나도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날쌔지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은 어느새 국내 파쿠르 일인자와 함께 건물을 뛰어다니며 저질 체력을 실감하는 비루한 현실로 이어졌다. 화려하지만 아찔하고, 멋있지만 위험해 보이는 움직임이 진짜 파쿠르의 본질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내 최초 파쿠르 코치와 직접 현장을 찾았다.


놀이터에서 온전히 즐겁게 뛰어놀았던 마지막 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던 차, 김지호 대표(파쿠르제너레이션 코리아)는 취재진을 서울혁신파크에 마련된 파쿠르 놀이터로 초대했다. 취재에 앞서 미국, 프랑스, 러시아의 트레이서(파쿠르 하는 사람) 영상을 집중적으로 보다 보니 눈만 높아진 필자에게 놀이터 곳곳의 조형물들이 꽤나 만만해 보인 것도 잠시. 파이프 위에서 균형도 못 잡고 휘청 이다 계속 떨어지기를 반복했고, 장애물 박스에서 몸을 돌리며 들어 올린 다리는 천근만근으로 느껴졌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장애물 넘는 과정을 시연하되 똑같은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 김 대표의 태도였다. 그는 방금 배운 자세도 금세 까먹은 필자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장애물을 넘어보라 조언했다. 물론 그가 선보인 자세가 가장 최적화된 동작이었음은 수차례 엉뚱한 자세로 곤경을 치르고 나서야 어렵사리 확인할 수 있었다.


[오해와 진실] 위험천만 스포츠? 움직임의 예술! 파쿠르 체험기 파쿠르의 기초동작을 배우면서 익숙하지 않은 장애물을 걷고 넘는 순간, 이따금씩 찾아오는 공포와 두려움은 이내 자신감과 도전의식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사진 = 윤진근 PD

정해진 규칙 대신 각자의 방식 존중


길, 여정을 지칭하는 프랑스어에서 따온 파쿠르(parcours)는 당초 프랑스의 해군장교 조르주 에베르가 선상에서 체력단련을 위해 아프리카 원주민의 움직임을 연구한 것이 그 시초로 알려 져 있다. 그렇다면 파쿠르는 스포츠일까? 앞서 지난해 12월 국제체조연맹은 파쿠르를 새로운 공식종목으로 최종 승인한 바 있다. 아시아 최초로 파쿠르 코치 공인을 받은 김 대표는 운동이기에 앞서 파쿠르는 원래 경쟁, 규칙, 순위가 없는 움직임의 예술에서 출발했음을 강조한다. 이어 그는 과감한 액션, 아찔한 동작으로 대변되는 파쿠르의 화려한 일면 대신 자유와 모험에 기반한 자기수양적 측면을 역설했다. 자신이 본래 갖고 있는 신체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자유의지, 필자의 엉성한 동작도 존중하고 주어진 장애물을 각자의 방식으로 뛰어넘기를 제안하는 그의 응원에 내면의 두려움과 공포가 서서히 자신감과 도전의식으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이튿날, 경기도의 한 대학 캠퍼스에서 다시 만난 그는 건물 곳곳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학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고작 하루 배운 실력으로 김 대표를 따라 해 보려던 필자의 과욕은 제 무게 하나 지탱하지 못하고 스르르 힘없이 풀리는 손가락의 반항 앞에 빠르게 식어 내렸고, 선망과 좌절의 눈빛을 감지한 김 대표는 이내 초보자가 손쉽게 할 수 있는 몇 가지 동작을 제시하면서 기초 체력 단련을 유도했다. 대중에게 각인된 묘기에 가까운 파쿠르 동작의 뿌리에는 주변 환경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극복하되 과시보다는 자기 발전적 메시지가 숨어있었는데, 지속가능한 파쿠르를 위해선 끊임없는 자기 계발과 훈련이 수반되어야 함이 이를 반증한다.


김 대표 역시 화려함에 매료돼 파쿠르에 입문했노라 고백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본 뤽 베송 감독의 영화 <야마카시>는 그에게 ‘자유’를 구현해내는 신체의 가능성을 일깨워줬고, 이후 동호회 사람들과 독학으로 파쿠르를 체득하는 과정에선 멋진 액션 너머 신체와 정신단련의 즐거움을 찾았다고 말했다. 손바닥과 손가락 마디마디 맺힌 굳은살은 16년에 걸친 그의 파쿠르 여정을 담은 단단한 기록이자 훈장이다. 매일 핸드폰과 컴퓨터 자판만 두들기던 필자의 손은 그의 동작을 따라 계단을 몇 번 짚고 오르내렸을 뿐인데 이내 빨갛게 살갗이 까졌고, 난간을 외발로 걷는 순간에는 두려움을 마시고 자신감을 내쉬라던 그의 조언이 무색하게 바로 밑 풍경이 천 길 낭떠러지로만 비쳤지만, 차츰 내가 감수할 수 있는 위험과 공포의 외연이 확장되는 느낌을 받았다.


[오해와 진실] 위험천만 스포츠? 움직임의 예술! 파쿠르 체험기 위험을 피하면 피할수록 더 위험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는 김 대표의 설명에 일어나지 않은 상황에 대한 두려움 대신 내 몸에 맞는 장애물 넘기를 차츰 시도할 수 있었다. 사진 = 윤진근 PD

수용 가능한 위험과 부상, 건강한 삶 위해 필요


아찔한 동작들을 익히는 과정에서 부상이나 큰 사고는 정말 없었을까? 김 대표는 자신 있게 그가 파쿠르를 시작한 이래 수련 과정에서 뼈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끊어지는 등의 부상은 없었다고 말한다. 매일 두 시간 이상 꾸준히 전신의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을 지속하며 강인한 신체를 통해 위험과 부상의 범위를 좁혀나간 셈이다. 오히려 그는 수용 가능한 위험과 부상은 건강한 삶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위험을 피하면 피할수록 더 위험해지는 것일 수도 있다는 그의 설명에 자기 신체에 대한 무지가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음을, 파쿠르의 연마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상은 자가 항체를 강화하는 작업의 연장선으로 다가왔다.


AD

파쿠르 체험을 마치고 돌아온 회사에서 엘리베이터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계단 앞에 서서 걷고, 뛰고, 네발로 오르기를 스스로 시도하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비져나왔다. 자유의지나 해방감 같은 거창한 말 대신, 그간 ‘스스로 몸에 얼마나 무지했나’ 하는 깨달음과 함께, 온 몸의 근육이 들고 일어나 일제히 저항하기 시작했다. 길고 긴 계단을 오르는 내내 몸에 사과하며 느낀 것은 파쿠르가 알려준 보다 명확한 내 신체 능력의 한계였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기초체력 향상을 절절히 체감한 순간이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이 기사와 함께 보면 좋은 뉴스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