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법과는 다른 대중문법 활용해 여론전…페이스북에 후원 내역 알리고 응원 글 전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오늘 목포 박물관 부지 행사에서 '빅카드 발표'는 없다. … (기자회견이 아니고) 다 같이 둘러앉아 하는 간담회다. 전국에 실시간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이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문화재 거리'를 방문한 다음 날 '목포행'을 선택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여론 흐름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담겼다. '브랜드 전문가'인 손 의원은 '정치 전문가'가 즐비한 야 3당을 상대로 '메시지 전쟁'에 나섰다. 참이슬, 처음처럼, 힐스테이트, 딤채, 후시딘 등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브랜드는 손 의원의 작품이다.
손 의원은 어떻게 하면 대중이 주목하는지, 뚜렷한 이미지를 남길 수 있는지 잘 아는 인물이다. 하지만 특정 정치인이 여러 정당을 상대로 정면승부를 펼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화력 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 승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손 의원 의혹이 불거진 이후 융단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 9단'으로 불리는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제1야당의 원내 사령탑인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서 손 의원을 압박했다.
국회의원의 폭로와 국정조사·특검 압박, 대변인들의 비판 논평은 정치권의 전형적인 대응이다.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비난 여론이 고개를 들면 대다수 정치인은 '사과 기자회견' 이후 자숙을 선택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손 의원의 대응은 달랐다.
손 의원은 기존의 '정치문법'과는 차별화한 '대중문법'을 활용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인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다. 특히 나 원내대표와 박 의원을 '정밀타격'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손 의원은 "이번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감조차 못 잡으면서 어찌 4선 의원까지 되셨는지 의아하다"면서 나 원내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또 손 의원은 "더 이상 국민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배신의 아이콘인 노회한 정치인"이라면서 박 의원을 공격했다.
야당 대표급 정치인을 향한 손 의원의 저격은 대치전선을 선명하게 하고 여권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담긴 행동이다. 아울러 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여론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역사학자인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등의 변론 글도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손 의원은 일반인들의 후원 내역을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감성적인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저녁마다 후원금 보내주신 분들 성함 꼼꼼히 읽으며 울컥합니다. 한번 만난 적도 없는 분들께서 제게 이런 사랑을 주시다니요"라고 말했다.
손 의원은 여권 지지층들이 즐겨 듣는 인기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해명했다. 정치인들은 의혹을 받게 되면 메시지 관리에 조심하게 마련인데 손 의원은 더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손 의원이 정치적인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강공 드라이브를 선택한 배경이다. 서울 마포구가 지역구인 손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를 공언한 상태다. 손 의원은 이번 논란을 자신의 인생과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바라보고 있다. 손 의원이 본인 스스로 '멘털 갑'이라고 지칭하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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