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소재·유틸리티·필수소비재 급등
인공지능(AI)에 열광했던 월가의 자금이 이제 M7(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애플·엔비디아·테슬라)로 대표되던 기술주에서 이제 'HALO(Heavy Assets, Low Obsolescence)' 주식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HALO'는 가치 높은 자산을 보유하고 AI로 인한 사업의 노후화 위험이 낮은 기업을 뜻한다. AI 면역주라고 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와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 트랙터 제조사 디어 등이 그 예다. 'HALO' 용어를 만든 리톨츠 웰스 매니지먼트의 조시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회사들은 단순히 프롬프트에 뭔가를 입력해서 흔들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불확실성이 닥칠 때마다 사람들은 확신을 가졌던 모든 것을 재평가한다"고 말했다.
지난 한 달 동안 S&P500 지수에서 산업재, 소재, 유틸리티, 필수소비재 업종은 전체 지수를 웃돌며 급등했다. 특히 필수소비재 부문은 연초부터 지난 20일까지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M7 빅테크 등 기술 기업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달 초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워크'를 발표한 이후 AI 자동화 도구에 직격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소프트웨어, 금융 데이터, 거래소 관련 주식은 약 3000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AI 기반 물류 플랫폼 업체 알고리즘 홀딩스가 AI 관련 보도자료를 발표하자 운송 관련주가 지난해 4월 상호관세 발표 이후 최악의 하락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러한 변동은 최근 몇 달간 이어져 온 실물경제 주식으로의 자금 이동 추세에 새로운 국면을 가져왔다. 지난해 10월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시장 상승 동력은 소수의 AI 관련 종목에서 우량주, 중소형주, 해외 주식 등 폭넓은 종목으로 확산됐다. 경기 성장 가속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최근 몇 주간은 성장 기대에 대한 베팅이라기보단 점점 AI 발 불확실성을 피해 안전자산으로 몰려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WSJ는 설명했다.
브라운 CEO는 투자자들이 피난처를 찾으려 하며 전통적인 위험 선호(risk-on) 대 위험 회피(risk-off) 이분법적 구분이 무력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일한 자산군 내에서도 기술변화에 덜 노출된 종목들만 안전지대로 인식된다. 예컨대 이달 델타항공 주가는 5.4% 상승했지만, 여행 상품 정보 사이트 익스피디아 주가는 23% 폭락했다. AI는 최저가 항공권을 찾아줄 수 있지만, 비행기에 탑승하는 서비스 자체를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HALO 열풍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지난주 나스닥지수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를 웃돌며 기술주가 다소 회복세를 보인데다 20일에 미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정책을 위법이라고 판결하며 증시 전반이 상승했다. 데이터 저장 업체 시게이트와 웨스턴 디지털 주식은 올해 S&P500지수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인다. JP모건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팔란티어, 아마존 등 대형주가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량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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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젠트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제드 엘러브로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빅테크의 과도한 기술 경쟁 지출에 대한 우려와 최근 변동성이 맞물려 AI 투자 열풍이 일종의 진화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며, 이 국면은 기업이 (성과로) 이를 증명하는 데 의해 규정될 것"이라며 "과장이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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