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시비비] 지방 분권과 지방재정

시계아이콘01분 49초 소요

[시시비비] 지방 분권과 지방재정
AD

민선 7기 지방 정부가 1일 출범했다. 출범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잘 사는 강력한 지방분권 공화국을 국정 목표로 추진해가겠다며 지방분권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지방분권을 하려면 갈 길이 멀다. 작은 나라에서 지방분권이 필요한 이유를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재정권, 자치복지권의 4대 지방자치권을 보장하기 위한 개헌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자립이다. 재정자립이 되지 않는 한 지방분권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그러나 현실은 종착점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17개 시도의 재정자립도는 2018년 현재 53.41%에 불과하다. 강원도ㆍ충북ㆍ경북 등 일부 도의 자립도는 26~44%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국고보조금, 지방 교부금 등의 형태로 중앙정부에서 지원받아 충당한다. 기초 단체의 사정은 말할 나위도 없다.

문제는 현행 조세 체계하에선 지방 재정은 구조적으로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 지방세를 들여다보면 종류는 다양하지만 실제로 세수에 도움이 될 만한 게 별로 없다. 취득세, 재산세, 자동차세, 주민세,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 등 고만고만한 세목으로 구성돼있다. 법인세와 부가세, 소득세 등 굵직굵직한 세수는 모두 중앙정부가 챙겨가고 나니 돈이 될 만한 게 없다. 그나마 2013년 부가가치세의 11%를 지방소비세로 전환해 전체 세수에서 지방세 비중을 높여준 게 이 정도다. 어떤 면에서 국세 위주의 조세 구조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한국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다.


이런 상황하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돼있다. 국고 보조금을 타낼 수 있는 사업을 벌이거나, 재산세 수입을 늘리는 일이다. 그렇다고 취득세, 재산세율 인상은 조세 저항의 우려 때문에 선출직 단체장으로선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일이니 부동산 개발 사업을 통해 부동산 관련 세금(취득ㆍ등록ㆍ재산세)을 부과할 대상을 늘리는 것 말고는 없다. 지자체들이 난개발의 안간힘을 쓰면서 아파트 건설 등에 힘을 쏟는 것은 지역의 개발 논리에 밀린 탓도 있지만 근본적으론 취약한 지방 재정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재정자립 혁신 방향으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현행 8대 2에서 7대 3으로 조정하고 장기적으로는 6대 4까지 지방세 비율을 높이겠다고 한다. 7대 3으로 조정하기만 해도 연간 20조원을 전국 시도가 받게 된다. 올해 전국 시도의 총 세입 예산이 210조원인 걸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긴 일본은 이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6대 4로 돼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 복지 재원 확충 등 할 일이 산적해있어 중앙정부의 예산이라고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국세를 지방세로 대폭 이양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재정자립도가 악화되는 속에서도 지방 정부의 지출이 방만하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선출직인 단체장들은 임기 내내 다음 선거를 의식하기 마련이고 표를 의식한 선심 행정의 유혹에 쉽사리 빠지기 마련이다. 사업 타당성보다는 지역 유지들이 지지하는 사업을 벌이거나, 나눠주기 식으로 예산을 집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방자치 시행 첫해인 1995년도 63.5%였던 재정자립도가 올해엔 53%대로 하락했다는 통계가 이를 말해준다. 지방 재정 건전화를 유도하되 방만한 지출을 막기 위한 보다 정교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을 말해준다.


AD

이는 4대 지방자치권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해당 지역에서 소(小)통령으로서 군림하고 있는 단체장의 권한이 더욱 막강해질 경우 예산은 물론 법 집행에 있어서도 지역 유지의 입김이 더 세질 가능성이 높다. 중앙과는 달리 언론과 의회의 역할이 활발하지 않은 지방에선 견제 없는 권력이 가져올 결과는 상상하기 어렵다. 중앙과 지방이 더불어 잘 살아야 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지방 분권을 실시하려면 견제와 균형을 살릴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


최성범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겸임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606:40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⑥ 생존과 직결되는 복지 문제로 챙겨야…"진단체계 만들고 부처 간 연계 필요"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606:30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케첩은 알아도 토마토는 본 적 없다"는 美…일본은 달걀 아닌 "회·초밥이 왔어요"⑤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406:30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④ 이동식 마트는 적자…지원 조례는 전국 4곳 뿐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306:30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 ③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206:40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새벽배송은 사치, 배달이라도 됐으면"…젊은 사람 떠나자 냉장고가 '텅' 비었다 ②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 25.12.1810:59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이재명 대통령 업무 스타일은…"똑부" "구축함" "밤잠 없어"

    정부 부처 업무 보고가 계속되고 있다. 오늘은 국방부 보훈부 방사청 등의 업무 보고가 진행된다. 업무 보고가 생중계되는 것에 대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무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실 참모들과 대통령과 같이 일했던 이들이 말하는 '이재명 업무 스타일'은 어떤 것인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