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전경진 기자]
윤종규 회장
KB금융그룹이 3년만에 최고 경영진 완전체를 구축했다. 윤종규 회장이 3년만에 부활하는 KB국민은행장으로 허인 영업그룹 부행장을 선택하면서 KB금융이 회장과 은행장이 분리된 '투톱 체제'로 복귀했다.
KB금융은 11일 계열사 대표이사 선정을 위한 상시지배구조위원회를 열고 허 부행장을 국민은행장 후보로 내정했다. 허 내정자는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심층 인터뷰 등을 거쳐 오는 16일 열릴 국민은행 주주총회에서 차기 은행장으로 확정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허 내정자 선임과 관련해 윤 회장의 친정체제가 완벽하게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회장 연임에 이어 내부에서 은행장을 발탁하면서 KB금융이 정치권의 외압으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을 공식 선언했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허인 은행장 내정자
허 내정자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윤 회장을 잘 보좌하겠다. 회장 철학을 따라 잘 이끌겠다"고 몸을 낮춘 것도 과거 최고경영진간의 갈등 문제를 의식한 것으로 보여진다. 국민은행은 2003년 정부가 지분을 모두 매각한 이후에도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어윤대 당시 회장이 대통령의 측근 금융계 인사로 분류됐고, 박근혜 정부 때도 이건호 당시 행장에 이어 행장과 감사 등 주요 보직에 대해 끊임없이 낙하산 인사설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허 내정자 선임으로 지역 균형을 이뤘다는 해석도 나온다. 호남(광주) 출신인 윤 회장이 경남(진주) 출신인 허 내정자를 선택하는 등 지역 안배에 신경썼다는 것이다. 이번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여러 후보군중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던 인사중 지역 문제가 불거진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허 내정자가 윤 회장의 첫 러닝메이트로 선택된 배경에는 '영업력 퀀텀 점프'라는 점이 최우선적으로 꼽힌다. 그는 국민은행내 대표적인 영업통으로 불린다. 허 내정자가 이날 은행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해 "결국 고객이다. 고객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앞으로 남은 관심사는 지주 사장, 계열사 사장, 은행 부행장 인사다. 지주와 함께 은행, 카드, 생명보험, 손해보험, 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하다.
실제 윤경은, 전병조 KB증권 각자 대표 등 계열사 9곳의 대표 임기가 만료된다. 윤 회장은 조직 안정에 최우선을 뒀던 1기 때와 달리 2기에는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56세인 허 내정자는 KB금융 내부에서 경영진 세대교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따라 주요 경영진들이 61년생 이후 인사들로 교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이번 은행장 후보군에 들었던 인사중 60년대생 중심으로 경영진이 새롭게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허 내정자의 임기는 2년이며, 공식 임기는 다음달 21일부터 시작된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전경진 기자 k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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