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비판은 실언이었을까. 발언 배경은 짐작이 된다.
네이버의 준 대기업집단(그룹) 지정을 앞둔 시점이었다. 이해진 창업자가 공정위를 찾아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구했다. '특혜'를 바라는 태도가 마뜩잖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온 발언이 "미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이다. 이 발언이 되치기당하자 김 위원장은 한발 물러섰다.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그렇다면 네이버에 대한 그의 생각이 바뀌었을까.
8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2009년 2월19일 네이처에 실린 구글의 논문이 세상을 들쑤셨다. 논문 제목은 '검색 엔진 검색어 데이터를 사용한 독감 유행 감지(Detecting influenza epidemics using search engine query data)'. 앞서 구글은 검색어를 이용한 독감 트렌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독감 징후가 나타났을 때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40여개 키워드로 독감 발생을 예측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독감 발생과 검색어 빈도가 일치한다는 것이 논문의 요지다. 미국질병방제센터(CDC)는 이례적으로 호평했다. "발병을 감시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줄지 모른다는 사실에 매우 흥분해 있다."
이후 독감 트렌드의 예측 능력이 떨어지자 구글은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렇다고 구글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빅데이터'라는 말조차 낯설던 그 시절 구글은 일찌감치 빅데이터의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 구글이 최근에는 인공지능(AI)에 도전하고 있다. 스스로 공부하는 '딥러닝'부터 '알파고'까지.
구글이 네이처에 논문을 게재했던 그해 네이버는 출범 10년째를 맞았다. 이미 네이버는 포털 강자였고 더 큰 야망을 품었다. 2001년 한게임 합병, 2002년 지식인 서비스, 2004년 네이버 웹툰…. 이후에도 생활, 문화, 쇼핑 등을 가두리양식장처럼 담았다. 그 결과는 숫자로 드러난다. 검색 점유율 70%. 매출도 드라마틱하다. 2001년 243억원에서 2016년 4조226억원으로.
모바일 시대에 네이버 장악력은 더 커졌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네이버가 제공하는 뉴스를 본다. 그 덕분에 우리 사회는 일사불란해졌다. 그 바람에 우리 사회는 획일화됐다.
구글과 네이버는 같은 듯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구글이 기술에 매달린다면 네이버는 콘텐츠에 방점을 찍었다. 구글이 세상을 '바꿔간다'면 네이버는 세상을 '품으려고' 한다. 분명 네이버는 성공한 기업이다. 그러나 그 성공이 혁신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그래서다. 이번에는 김상조가 옳았다.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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