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초강력 허리케인 '어마(Irma)'가 10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에 상륙했다. 어마로 인한 피해 규모는 2000억달러(약 226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말 텍사스주를 덮쳤던 허리케인 '하비'의 피해액 1900억달러보다 100억달러 가량 많은 수치다. 미 경제 전문가들은 최종적으로 허리케인이 미국 경제에 입힐 타격과 물가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허리케인 어마는 거대한 괴물이다. 가능하면 (어마의) 경로에서 빠져 나오라. 연방 정부는 (지원)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허리케인 어마는 이날 오전 7시20분경 미국 최남단의 섬 밀집 지역 플로리다주 키스 제도에 상륙했다. 이후 네이플스와 포트마이어스를 지나 인구 밀집 지역인 탬파와 세인트피터즈버그 방면으로 향하고 있다. 현지시간 11일 오전 2시경 탬파에 상륙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 등급인 카테고리 5등급이었던 어마는 카리브해를 지나면서 카테고리 3등급으로 점차 약화됐다. 그러나 미 본토 상륙을 몇 시간 앞둔 10일 오전 2시경 4등급으로 위력이 다시 세졌다. 당시 최대 풍속은 130mph(시속 약 209km)였다.
플로리다주 동쪽 해안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됐던 어마는 플로리다주 서부 해안을 타고 북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현재까지 650만명의 거주자가 집을 떠나 대피하고 있는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어마는 상륙하기 전부터 플로리다 중남부 지역에 정전 사태를 일으켰다. 중남부 지역 주민의 16% 가량인 약 75만명이 정전 피해를 겪었다. 플로리다주 내에서는 올랜도 인근의 멜버른 강우량이 14.5인치(36.83㎝)로 가장 많았다.
플로리다주 대표 휴양 도시 마이애미에선 크레인이 바람에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허리케인이 강력했던 시각인 10일 오전 탬파시 남동부 고속도로에선 차량 정면충돌 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졌다. 플로리다 해안 전역엔 해일 경보가 내려졌다.
기업과 농가의 피해도 상당하다. 플로리다주에 휘발유와 디젤을 공급하는 항구가 폐쇄됐고 엑손모빌 등 에너지 회사들은 연료 공급을 위한 터미널과 파이프라인을 닫았다. 플로리다 파워앤드라이트는 이날 마이애미 남부에 위치한 두 개의 원자로 중 하나의 가동을 중단했다. 농작물 피해는 12억달러(약 1조3572억원) 규모에 달하고, 오렌지를 비롯한 감귤류는 최대 25%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어마는 앞서 지나온 카리브해 섬나라를 초토화시켰다. 최소 25명이 사망하고 생마르탱섬과 생바르텔레미섬의 80∼90%가 파괴된 상태다.
미 경제 전문가들은 허리케인 어마, 앞서 텍사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의 경제적 타격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과 물가 움직임은 앞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텍사스 지역을 덮친 허리케인 '하비'에 따른 복구가 채 마무리되기 전에 '어마'가 다시 미국 남부 지역에 타격을 주면서 허리케인에 따른 피해가 이번 분기 국내총생산(GDP)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예상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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