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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빠진 롯데면세점…인천공항 남은 임대료만 '3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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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분할계획 따라 지난 2년 간 25%만 납부
5년 동안 세금포함 4조원대 임대료 내야

'승자의 저주' 빠진 롯데면세점…인천공항 남은 임대료만 '3兆' 인천국제공항 3기 면세점 사업자 임대료 분할 납부 규모(단위: 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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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국내 면세 업계 1위 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에 납부해야 할 잔여 임대수수료가 약 3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 기한인 5년 간의 납부액을 비교적 균등히 나눠 둔 다른 사업자와는 달리 롯데는 운영 3년차부터 납부액의 75% 가량을 몰아내도록 계획을 세운 탓이다. '세계 1위'를 목표로 공격적인 가격 입찰을 단행했지만, 결국 '승자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이날부터 시작된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 3년차(2017년 9월1일~2018년 8월31일) 임대료로 인천공항공사에 향후 1년 간 약 7700억원을 납부해야 한다. 월 분납 형태로, 매달 640억원 규모다.


각 면세점은 지난 2015년 인천공항 3기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시 5년치 총 임대료와 함께 연차별 분할 납부 계획을 적어낸 바 있다. 운영 중반 이후부터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 롯데는 총액 4조1200억원(4개 사업권, 8849㎡)의 대부분을 3년차부터 집중적으로 내는 방법을 택했다. 앞선 1·2년차에는 각각 5000억·5100억원을 납부했고, 3년차에는 전년 대비 50%가 증가한 7700억원을, 4· 5년차에는 1조1600억·1조1800억원을 납부키로 했다. 당시 입찰 경쟁을 벌인 신라면세점(3개 사업권, 3501㎡)의 경우 5년 간 각각 2600억·2800억·2900억·3100억·3300억원을, 신세계(1개 사업권, 2856㎡)는 1~5년차에 약 800억~900억원씩 내겠다는 계획을 세워 이행중이다.

롯데면세점이 지속적으로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를 읍소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제까지 부담해온 금액의 3배를 향후 추가적으로 납부해야 하는데,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핵심 고객인 중국인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 과거 연간 수천억원의 임대료를 보전해주던 시내면세점 마저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조(兆) 단위의 임대료를 부담한다면 회사는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승자의 저주' 빠진 롯데면세점…인천공항 남은 임대료만 '3兆'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을지로 롯데면세점 본점에 긴 대기줄이 서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물건을 전문적으로 구매해 파는 대리판매상들이다.


현재 중국인 대리구매상들의 수요로 매출은 사드 배치 이전의 규모를 이어가고 있지만, 실적 유지를 위한 고강도 프로모션에 따른 것이어서 물건을 팔아도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 게다가 정부 요청에 따라 롯데그룹이 사드 부지를 제공한 것도 악재가 됐다. 이 회사는 사드 보복이 본격화 된 올해 2분기 29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발한 2003년 이후 14년 만에 적자를 냈다.


업계에서는 누구보다 공격적으로 입찰에 나섰던 국내 최대 사업자가 사드 사태를 만나면서 오히려 가장 큰 내상을 입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당시 면세 시장의 호황기에 글로벌 1위 사업자를 목표로 하던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을 포함해 국내외 사업장을 적극적으로 확장했다"면서 "그러나 현재 사드 역풍을 정면으로 맞는 '승자의 저주'에 빠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현재 판관비 축소, 인력 감축, 복지비용 절감 등을 통한 수익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마지막 카드는 인천공항 임대차 계약 해지다. 다만 선택은 쉽지 않다. 1개월치 임대료만 패널티로 내면 특허 포기가 가능했던 한국공항공사의 임대차 계약과는 달리 인천공항공사는 중도 해지에 대해 수천억원의 보상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와 업체 간 체결한 임대차계약에 따르면 각 입점업체는 계약기간의 절반 이상이 경과된 이후라면 마지막 해의 월 최소보장액 3개월분과 부가가치세를 공항공사에 납부하고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내년 2월이면 계약기간의 절반을 채우게 되고, 그 이후 계약을 종료시킬 수 있다. 5년차 월 임대료를 감안했을 때 롯데는 3000억원 이상의 패널티를 물어야 한다. 아울러 향후 신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중도 포기 이력이 감점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드 사태는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악재이며, 난관 극복을 위해 정부가 나서줘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기업들 역시 기존 전략과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시내면세점을 무리하게 추가하고 특허수수료도 급격히 올린 정부의 정책 변화에도 책임이 있다"면서 "기업이 존립 가능한 환경은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30일 국제 여객이 전년 대비 40% 이상 급감한 제주, 청주, 무안, 양양 등 4개 공항에 대해 면세점 임대료를 30% 인하해주는 한편 납부 시기도 유예해주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롯데, 신라, 신세계면세점 대표와 김도열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 등은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만나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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