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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文대통령의 신체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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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文대통령의 신체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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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또는 원더우먼) 자세'라는 게 있다. 두 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허리를 곧추세운다. 두 손을 허리춤에 놓고 가슴을 활짝 편다. 시선은 전방 15도. 약간은 도도하고 조금은 건방지게. 2분이면 족하다. 방전됐던 자신감이 급속 충전된다. 중요한 회의나 시험, 면접에 앞서 써먹을 만한 '공짜 도핑'이다.


실은 '뇌'를 속이는 자세다. 뇌는 우리 몸에 명령만 내리는 게 아니라 신체가 알려주는 정보를 토대로 정신 상태를 재구성한다.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처럼 당당하게 서 있는 것만으로도 뇌는 지금 상황을 강인하고 용감하게 인식한다. 심리학 용어로 '파워 포징(power posing)'이다. 심리학자 에이미 커디는 테드(TED) 강연에서 이렇게 조언했다. "면접을 기다리면서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때우지 마라. 화장실에서 슈퍼맨 자세로 서 있어 봐라. 딱 2분간만."

커디의 강연 제목은 '당신의 신체 언어가 자신의 모습을 결정한다'이다. 신체 언어는 얼굴 표정이나 손짓, 몸짓 같은 비언어적 행위를 총칭한다. 캘리포니아 심리학과 교수이자 신체 언어 선구자인 앨버트 머레이비언에 따르면, 인간의 의사소통은 언어(단어만) 7%, 음성(어조, 억양 등) 38%, 그리고 비언어적 요소 55%로 이뤄졌다.


디즈니랜드는 일찌감치 이를 간파했다. 디즈니랜드 직원들은 손님들을 응대할 때 손가락질을 하지 않도록 훈련받는다. 손님이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손가락을 까닥하는 대신 '왼쪽으로 100m 가시면 오른쪽에 있습니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단순히 손가락질이 불친절해 보여서가 아니다. 게을러지기 때문이다.


신체 언어가 폭력적인 경우도 있다. 봉사활동을 한답시고 수행원이 신겨주는 장화에 발을 꼿꼿이 집어넣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황제 장화' 논란이나, 공항 입국장에서 수행원에게 눈길 한번 건네지 않고 캐리어를 내던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의 '노 룩 패스' 사건이 그렇다. 찰라의 그 순간, 그들의 몸에 밴 '갑질'이 여실히 드러난다. '당신의 신체 언어가 자신의 모습을 결정한다'는 커디의 주장에 비춰보면, 저급하고 권위적인 구태를 자백한 꼴이다.


그런 점에서 '반문 세력'은 마뜩잖을 수도 있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재킷을 벗고 직접 커피를 타서 아랫사람에게 건네기도 한다. 약자를 보면 먼저 다가가고 무릎도 꿇는다. 황제 장화나 노 룩 패스의 자아도취가 아닌, 타인을 배려하는 또 다른 파워 포징인 것이다. 대북 정책이나 적폐 청산 등 문 정부 정책에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물론이다. 다만 그의 신체 언어는 수평적인 '권력 언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대한민국이 엄숙한 권위주의와 작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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