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년 전 오늘인 1882년 8월2일, 빈센트 반 고흐는 네덜란드 남서부의 스헤베닝언(scheveningen) 해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도시 헤이그의 앞 바다가 스헤베닝언이다. 그는 이곳에서 본 바다와 사람들과 배를 유화로 그렸다. 1882년은 그가 처음으로 유화를 그리기 시작한 해였다. 작품 제목은 보이는 그대로 '사람들이 있는 해변과 배가 있는 바다'였다. 흔히 '스헤베닝언 해변'이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은 그의 초기작이다. 이 시기 그의 그림은 대체로 다 어둡다. 널리 알려진 최고작들과는 차이가 있다. 반 고흐가 자신의 첫 작품이라고 한 '감자 먹는 사람들'(1885)을 그리기 3년 전이었다.
스스로도 '습작'으로 여겼던 이 '스헤베닝언 해변'이 유명해진 것은 2002년이다.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에 걸려 있다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누에넨 교회'라는 작품과 함께 도둑맞았다. 도둑들은 지붕을 통해 미술관에 들어가 이 그림 두 점을 빼돌렸다고 한다. 이 작품들은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극적으로 다시 미술관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이탈리아 마피아의 근거지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반 고흐 미술관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이 오래 머무는 작품은 15년 만에 돌아온 '스헤베닝언 해변'과 '누에넨 교회'가 아니다. 도둑들의 당초 목표도 이 그림들이 아니었다. 도둑들 중 한 명인 옥타브 더햄(Octave Durham)은 사건 1년 뒤 체포됐는데 이후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원래 '해바라기'를 훔치려 했으나 보안이 너무 치밀해 다른 그림들을 선택했다"고 했다.
도둑들이 노린 '해바라기'는 반 고흐가 프랑스 남부의 작은 도시 아를에 머물던 1888년 그렸다. 아를에서 그린 작품은 색조가 어두운 그의 초기작과 달리 밝다. 그는 이곳에서 해바라기를 그리면서 폴 고갱을 기다렸다. 아를에서 반 고흐와 한 동안 같이 그림을 그렸던 고갱은 '해바라기와 화가'라는 작품도 남겼다. 하지만 예술에 대한 논쟁은 둘 사이를 멀어지게 했고 왼쪽 귀를 자르는 반 고흐의 극단적인 행동 뒤 고갱은 아를을 떠났다.
'해바라기'를 그리고 나서 2년 뒤인 1890년 고흐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고통은 영원하다'였다. 그는 생애 마지막 2년 동안 영원할 것 같은 고통 속에서 '별이 빛나는 밤'(1889)을 비롯한 대표작들을 남겼다. 화가로서 반 고흐의 전성기는 이 마지막 2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그의 전성기는 화가가 되겠다는 꿈에 부풀어 스헤베닝언 해변을 바라보던 1882년이 아니었을까. 괜스레 '스헤베닝언 해변'을 다시 한 번 본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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