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대표 선거구도 '흔들'…일각선 "당에도, 본인에게도 손해"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당 대표 선거 출마를 매개로 한 조기등판을 고심하면서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대통령 선거 패배, 문준용 의혹 제보 조작사건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최근 당 안팎의 당 대표 선거 출마 요구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안 전 대표는 전날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김동철 원내대표 등과 각각 만나 의견을 구했고, 이날도 주요 중진의원 및 초ㆍ재선의원 등과 접촉해 의견을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안 전 대표 측은 전당대회 출마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최근 원외 지역위원장 및 일부 지지자들이 출마를 요구하면서 기류가 바뀐 모습이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전화 통화에서 "안 전 대표의 최종 판단만이 남은 상태"라며 "하루 혹은 이틀정도 고민의 시간을 갖고 이번 주 중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표명 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안 전 대표가 조기등판을 선택 할 경우 국민의당 대선 경선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천정배 전 공동대표와 정동영 의원의 양자대결로 출발한 국민의당 전당대회 구도는 허물어 질 공산이 크다.
여야 관계 역시 흔들릴 수 있다. 차후 국민의당이 바른정당 등 중도ㆍ보수세력과의 정책연대 등을 추진 할 경우 여당으로서는 불리한 국면에 놓일 소지가 다분해서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전화 통화에서 "당내에서는 현재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들이 당을 더불어민주당 보다도 왼쪽으로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들이 많다"며 "제3의 길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요구들이 적지 않고, 안 전 대표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당내에서는 안 전 대표의 조기 등판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대선 패배와 제보 조작 파문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호남 의원은 "대선에서 패배한 지 석 달도 안 된 시점에서 (안 전 대표가) 당권에 도전하는 것은 당에게도, 본인에게도 손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초조할 수록 돌아가는 것이 큰 정치인의 자세"라고 꼬집었다.
대선평가와 혁신작업을 추진 중인 국민의당 혁신위원회ㆍ대선평가위원회도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대선평가위는 오는 10일께 비상대책위원회에 평가보고서를 보고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일 혁신위원장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오더라도 지난 세 달간 얼마나 처절히 성찰했는지, 또 당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어떤 대안을 고민했는지가 관건"이라며 "구체적인 내용 없이 예전처럼 1인 중심 체제를 이어간다면, 결과적으로는 실패 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 중에서도 조기등판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안철수계 의원은 "안 전 대표와 가까운 몇몇 분들 중에서도 출마론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며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에게도 의원들의 생각을 전달 할 예정"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