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헌법재판소, "태아 생명 보호"·"여성 자기결정권 침해" 맞서
"낙태 종용으로 여성 인권 위협 받을 것" vs "부녀에게만 책임 묻는 것은 부당"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은 국내에서 불법이다. 형법 제 269조와 270조에 따라 낙태를 하게 되면 여성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 의사 등은 2년 이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형법 제27장 '낙태의 죄'에 대한 찬반 논란은 뜨겁다.
◆원심 깨고, 낙태 의사 자격정지 1년 선고유예=최근 41차례에 걸쳐 낙태 수술을 한 의사가 징역형과 자격정지형의 선고를 유예 받았다. 낙태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가볍게 볼 수 없고 임부들이 낙태를 원한 만큼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징역형은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지법 형사2부(김양희 부장판사)는 업무상 촉탁 낙태 등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49·여)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벌금 800만원을 선고하는 한편 징역 8월 및 자격정지 1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일정 기간 동안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되는 제도다.
이번 판결은 예외적인 경우로 대부분 낙태죄 처벌을 면하기는 어렵다. 2013년 의정부지법 형사6부(이광영 판사)는 임신 20주 태아의 낙태시술을 한 혐의로 의사는 징역 6월과 자격정지 1년을, 여성에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낙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270조 1항에 대해 합헌을 결정했다.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은 4대4로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해 임산부의 낙태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 낙태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낙태 합법화, 여성 인권 더 침해할까= 만약 낙태가 합법화 된다면 오히려 여성의 인권을 더 침해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남성들이 이 법을 악용해 낙태를 종용한다는 것이다.
낙태반대운동연합 관계자는 "낙태가 법으로 합법화 되면 약자인 여성이 보호 받을 통로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자친구나 남자친구의 부모 등에 의해서 낙태를 강요받는 여성들이 있었는데 합법화 되고 나면 낙태 위기에 놓인 여성들, 출산을 원하는 여성들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형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대신에 여성이 아이를 낳고서도 잘 기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995년 개정 이후 시대가 변했음에도 여전히 '부녀'에게만 죄를 묻는 낙태죄는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나영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현재의 낙태죄는 부녀에게만 책임 묻기 때문에 여성이 잘못을 저지른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여성이 더 위협 받는다"며 "지금도 남성은 처벌을 받지 않고 있는데 비범죄화 된다고 해서 낙태를 더 많이 하고 더 적게 하게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 활동가는 "합법화 되면 여성의 선택권 더 존중되는 것이고 낙태 죄로 국가가 법으로 여성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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