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텍사스주 비롯해, 독일, 덴마크, 스웨덴, 체코에서 잘못 찍다가…
성폭력범죄 재발 방지 및 예방을 위한 '화학적 거세'의 처벌 대상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를 넘어 물리적 거세까지 시행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성폭력 관련 몰래카메라 촬영범, 강도강간미수범 등이 화학적 거세 대상자에 포함된다.
또 정부는 징역형과 함께 약물치료명령을 받은 사람이 형 집행 종료 전 9개월부터 6개월 사이 법원에 치료명령 집행면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신청이 접수되면 법원은 정신과 전문의 진단과 보호관찰소장의 재범 위험성 판단 등을 토대로 면제 여부를 판단한다.
한국, '화학적 거세' 亞 최초 도입…첫 사례자는 '탈주 성폭행범' 김모 씨
화학적 거세란 성적 활동이나 성욕을 감퇴시킬 목적으로 주기적으로 약물을 투여하는 치료 방법으로, 약물 중단 시 성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제 고환을 제거하는 물리적 거세와 구분된다.
국내에서는 2011년 7월 16세 이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게 처음으로 적용돼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먼저 화학적 거세를 도입했다. 이후 2013년 3월 피해자 연령 제한이 폐지되면서 재범 위험이 인정되는 모든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화학적 거세 대상자는 석방 2개월 전 약물을 투여받은 뒤 출소 후 신체 상태에 따라 1개월, 3개월, 6개월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치료에 응해야 한다. 치료 약물로는 '루크린' 등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GnRH Agonist)가 사용되는데, 성선자극호르몬 길항제란 뇌하수체에 작용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성충동을 억제하는 약품이다.
화학적 거세는 1인당 연간 500만원의 비용이 들며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또 치료에 필요한 모든 과정에 법무부 보호관찰관이 동행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화학적 거세 선고를 받은 사람은 '탈주 성폭행범' 김모 씨다. 김씨는 2012년 6월 특수강간죄 등으로 징역 15년 및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뒤 공주치료감호소에서 탈주했다. 이후 또 다시 성폭행을 저지르고 붙잡힌 김씨는 2016년 2월 징역 17년, 화학적 거세 7년 등을 선고받았다.
유럽 일부 국가 '물리적 거세'까지 시행, 당사자 동의 받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일부 주를 비롯해 많은 유럽 국가들이 성폭력 범죄자를 대상으로 화학적 거세를 시행 중이다. 특히 독일, 덴마크, 스웨덴, 체코 등은 물리적 거세까지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1996년 캘리포니아 주를 시작으로 현재 10개주에서는 가석방을 전제로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화학적 거세를 시행한다. 텍사스 주에서는 7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폭력을 2회 이상 저지른 범죄자에게 물리적 거세를 시행한다.
1929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물리적 거세를 합법화한 덴마크는 이후 비인간적이라는 비판이 일자 1973년 이후 당사자의 동의를 구해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고 있다.
독일은 나치 시절인 1933년부터 성범죄자에 대한 강제적 거세를 실시했지만,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이를 폐지했다. 이후 1970년 25세 이상 성범죄자에 한정해 당사자의 동의, 의사의 진단 등 요건이 충족될 경우에만 외과적 거세를 허용한다.
체코는 1966년 거세법을 제정한 이후 매우 제한적으로 실시한다. 본인의 자발적 요청이 있더라도 법률가와 불임 전문의사, 거세시술을 하지 않는 의료진 등 5명으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폴란드의 경우 2010년 9월 15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범 또는 친족 간의 성폭행범에 대해 강제적인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다른 유럽 국가와는 달리 당사자의 동의 없이도 강제 집행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인도네시아는 최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게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고, 몸 안에 위치추적용 전자칩을 이식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아시아경제 티잼 송윤정 기자 singaso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