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G2는 지금]The United States of Amazon

시계아이콘03분 31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글자크기

아마존이 홀푸즈마켓에 140억달러를 쓴 이유

홀푸즈마켓 460개 점포·공급망 확보에 의의
온라인서 산 물건 매장서 받아가는 시스템 가능
새로운 쇼핑 빅데이터 활용
업계 '유통공룡' 새로운 움직임에 촉각


[G2는 지금]The United States of Amazon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계산대 없는 매장 아마존고(Amazon go)
AD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아마존(Amazon.com). 세계 최대의 유통공룡, 미국 주식시장을 이끄는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중 하나. 한국 진출도 예정돼 있지만 아시아 시장 특성상 영향력을 확신하기는 아직 어려운 기업.


한국에서 아마존의 위상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아마존의 영향력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다. 최근 나이키를 비롯한 굵직한 기업들이 아마존에서 공식 판매를 결정하면서 'The United States of Amazon(아마존 연합, 미국을 뜻하는 USA의 패러디)'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주거 건물 입구에 쌓인 택배들을 살펴보면 10개 중 7개 가량은 아마존에서 배달된 제품들이다. 한 달에 10.99달러 회비를 내는 대신 빠른 배송이 가능한 회원제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의 비중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비디오 서비스도 아마존프라임에서 인기를 끄는 작품들이 늘면서 콘텐츠 시장을 빠르게 장악 중이다.


이런 아마존이 최근 미국 뉴스를 또다시 장식하고 있다. 바로 식품기업인 홀푸즈마켓을 인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IT기업인 아마존이 왜 굳이 유통기업을 인수했고, 궁극적으로 바라는 목표는 무엇일까. 왜 유통기업들 뿐 아니라 미국의 전 산업계가 긴장하며 아마존을 지켜보는 걸까.


◆아마존이 움직이면 다르다…소비자 요구에 따라 바뀐 아마존= 아마존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 온 기업이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최고경영자)는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업을 인수할 대마다 기존 영역을 크게 확대하거나 새로운 형태로 변화시켰다.


1995년 7월, 아마존의 시작은 인터넷 서점이었다. 당시 아마존은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인들을 책을 사려면 반스앤노블과 보더스에 가는 것이 당연했지만, 아마존이 등장하면서 서점 시장은 점점 줄어들었다. 2007년 전자책 단말기 '킨들'이 출시되면서 종이책도 대체하기 시작했다. 아마존 킨들스토어에서 종이책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입한 전자책을 킨들을 통해 읽을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서점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2013년, 베저스 CEO가 주요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사건은 언론계의 '빅 이슈'였다.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가던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의 고객 취향 분석 기술을 활용해 웹사이트 방문자 숫자를 70% 이상 증가시켰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는 배송에 집중했다. 상품을 빠르게 받아보고 싶다는 고객들의 욕망을 겨냥했다. 연회비가 있었지만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미국의 인터넷 배송은 느리다는 편견을 깼다.


이렇게 1995년부터 꾸준히 미국 시장의 흐름을 바꿔 온 기업이기 때문에 아마존이 움직이는 모습은 산업계, 그리고 주식시장까지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아마존이 최근에는 유기농 식품 소매 기업인 홀푸즈마켓을 137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아마존의 기업 인수금액 중 가장 높다. 미국의 슈퍼마켓 시장 규모는 약 8000억달러로, 아마존은 과거부터 식품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시도해 왔다. 홀푸즈마켓이 전체 미국 식료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만, 우선 아마존은 460개 점포와 공급망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아직까지 베저스 CEO는 홀푸즈마켓 인수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업계에서는 다양한 청사진을 미리 그려보는 중이다.


[G2는 지금]The United States of Amazon 아마존이 인수를 추진 중인 홀푸즈마켓의 한 매장 전경


◆빅데이터 활용한 아마존의 큰 그림= 아마존은 소비자들의 쇼핑 데이터를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이다. 최근에 검색한 제품은 물론이고 과거에 구입한 제품과 연계된 상품들을 계속 보여준다. 홀푸즈마켓 고객들의 정보까지 활용하면 아마존은 더 효율적으로 상품을 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홀푸즈마켓 회원가입이 돼 있는 소비자가 아시안 음식 재료를 많이 구입했다고 치면, 아마존에 접속하자마자 새로운 밥솥을 추천받을 수 있다. 아마존에서 요가매트와 운동도구를 산 고객에겐 홀푸즈마켓의 유기농 과일과 견과류를 쉽게 팔 수 있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제품을 진열하고, 이 제품을 팔아 수익을 내야 하는 기존 쇼핑몰과 마트의 패러다임도 바꿀 수 있다. 아마존에서 홀푸즈마켓의 식료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한 고객은 퇴근길에 집 근처 창고형 홀푸즈마켓 매장에 들러 구입한 물품을 받아갈 수 있다. 식료품이 아니라 아마존에서 구입한 책이나 옷 등 다른 상품도 홀푸즈마켓에서 받을 수 있다.


가격은 낮지만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제품들, 예를 들어 두루마리 휴지나 세제, 생수 등은 이미 대부분의 고객들이 아마존을 통해 주문하는 분위기다. 대신에 이 공간은 수익을 많이 내는 제품들로 채울 수 있다. 반조리 식품, 원하는 만큼 음식을 담아 무게만큼 계산하는 샐러드 바와 같은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아마존이 구상한 새로운 '마트 패러다임'이 성공하면 자연스럽게 다른 마트들도 'The United States of Amazon' 합류를 유도할 수 있다. 온라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홀푸즈마켓의 5년 후 모습은 아마 지금과 같은 식료품 소매점이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가도 주목하는 아마존…타 산업 '타격 혹은 기회' = 월가의 관심도 아마존에 쏠려 있다. 경제전문 신문과 방송들은 이미 '7월의 블랙 프라이데이'로 불리는 아마존 프라임데이(7월11일)에 집중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데이는 아마존이 여는 대규모 할인 행사로, 상품 할인 뿐 아니라 무료배송 혜택까지 누릴 수 있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아마존의 주가는 프라임데이 일정을 발표한 날 시장 상승률을 웃돌았다.


이런 가운데 아마존이 만든 '파괴의 역사'를 두려워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아마존이 사세를 키운 분야의 기존 기업들은 매우 축소되거나 사라진 경우가 많다. 아마존이 전자책 사업과 인터넷 서점을 키우면서 업계 2위였던 보더스는 지난 2011년 파산신청했고, 1위였던 반스앤노블은 매출이 계속 줄고 있다. 아마존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하면서 한때 미국 2위 전자제품 유통업체였던 서킷시티는 지난 2008년 11월 파산신청했다.


아마존을 통한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백화점을 찾는 발길도 줄었다. 그 결과 메이시스, 시어스 등 미국 대표 백화점들이 수백개의 매장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시어스는 현금유동성 문제로 조만간 파산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G2는 지금]The United States of Amazon 제프 베저스 아마존 CEO(사진출처=AP)


아마존이 홀푸즈마켓 인수를 발표하자 당일날 미국 식료품 유통업체 시가총액은 290억달러 증발했다. 아마존이 의류나 구두, 가방 등을 공짜로 배송 받아 착용해보고 반품할 수 있게 하는 '프라임 워드로브' 계획을 발표하자 백화점과 패션업체 주가가 폭락했다. 이 때문에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거대한 규모가 된 아마존이 타 산업들을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마존이 일본 기업들에게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아마존은 일본에서의 성장세가 상당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이 모든 기업ㆍ산업을 삼키는 것을 아마존 효과라고 부른다"며 "일본 기업들에도 강 건너 불구경만 할 일은 아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아마존 효과가 오히려 기존 기업들에게 혁신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미 대기업이 된 아마존의 자리는 또다른 혁신 기업이 대체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모습도 보인다. 소매업계의 지형은 언젠가는 변해야 하고, 아마존 역시 대기업이 된 이상 예전처럼 아이디어만으로 생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레인 머레이 미 기업경쟁연구소 부총재는 "아마존의 규모가 급증하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며 "20~30년 전 코닥의 규모를 걱정했던 것처럼, 아마존도 언젠가는 다른 (대기업이 아닌) 혁신 기업에 의해 대체될 수 있으니 현재는 아마존의 편리함만 즐기면 된다"고 전망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