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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일자리 추경, 더 빠르고 대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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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일자리 추경, 더 빠르고 대담하게 주무현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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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다. 그 다음해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투자를 2008년 6조7000억원에서 12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렸다. 전체 정부 예산에서 일자리 예산이 2008년 2.9%에서 2009년 4.7%로 대폭 증가했다. 이런 적극적 조치로 세계금융위기에 따른 대량실업을 나름대로 극복할 수 있었고, 경기회복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 그러나 일자리 숫자 늘리기에 급급한 결과, 질 낮은 일자리만 창출했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이제부터는 더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자리 여건이 개선돼야만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회원국가의 일자리 예산은 경기변동에 따라 조응하지 않고, 장기실업과 청년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투입됐다.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자리 여건 개선을 위한 재정투자는 불가피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별적 고용구조는 수도권과 지방의 일자리 양극화를 낳았다. 좋은 일자리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없으니 청년이 떠나고, 청년이 떠난 지역사회는 활력을 잃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가 지역간 고용 양극화를 언제쯤 해소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지방의 일자리 여건을 하루라도 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방과 청년을 위한 일자리 예산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러나 수도권과 지방의 일자리 예산도 양극화돼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청년을 위한 일자리사업을 하고 싶어도 예산이 많지 않다. 지역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여건 개선을 위해 일자리 추경이 보다 대담하게 편성돼야 한다.


이처럼 지역은 일자리 사정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 때문에 일자리 예산에 대한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하는 차원을 넘어 권한도 대폭 이양해야 한다. 그것이 지방 분권화의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그러나 지자체 일자리 담당 공무원들은 일자리 추경이 편성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불만도 새겨들어야 한다. 과거처럼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예산 항목을 설정하고 배분하는 하향식(Top-Down)에서 벗어나 상향식(Bottom-Up)으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이번 일자리 추경이 편성될 경우 궁극에는 지방에서 집행된다. 때문에 지자체도 일자리사업을 능동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역량 있는 공무원 중심으로 직제도 개편해야 할 것이다.

이럴수록 원칙도 중시해야 한다. 일자리 창출과 여건 개선이 아무리 시급하다고 할지라도 마구잡이로 사업을 늘려서는 안된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청년에게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사실 지자체는 마음이 급하다. 그래서 청년일자리사업이 무분별하게 개발되거나 현금지급과 같은 단기적 처방에 치중하고 있다. 일자리사업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전체 일자리사업의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지원방식을 표준화해 특정 지역의 청년이 역차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많은 일자리사업은 제대로 성과를 낼 수도 없고, 보여주기 일자리정책이라는 비난도 막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추경이 대담하게 편성돼 신속하게 집행돼야 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심화로 인한 지방과 청년 일자리 사정이 더 나빠지게 될 경우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일자리 문제를 회복한 대부분 나라들이 일자리 재정투자를 늘리는데 그 시기를 놓치지 않았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다.


주무현 한국고용정보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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