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9일(현지시간)부터 사흘 간 일정으로 홍콩을 방문한다. 중국 국가주석이 홍콩을 찾는 것은 20년 전 반환식에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참석한 이후 처음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6일자 1면에 "시 주석이 6월29일부터 7월1일까지 홍콩을 방문해 '홍콩의 중국 회귀 20주년 대회'와 '홍콩특별행정구 제5기 정부 취임식'에 참석하고 홍콩을 시찰할 예정"이라며 시 주석의 홍콩 방문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시 주석은 홍콩 방문 첫날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렁춘잉 행정장관 주최 만찬에 참석하고 이튿날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 부대를 시찰한다. 주권 반환일인 1일에는 캐리 람 행정장관 당선인과 내각의 취임 선서를 주관한다. 이어 홍콩에 건설 중인 대형 기반 시설인 강주아오(港珠澳) 대교와 광저우행 고속 철도 건설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시 주석이 부친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 때문에 홍콩을 자주 방문해 낯설지 않을 것이라며 홍콩과의 오랜 인연을 강조했다. 전국홍콩마카오연구회 소속인 톈페이룽 베이항대 법학과 부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시 주석은 홍콩이 스스로 발전할 기회를 잡고 여러 가지 내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길 바란다는 중앙정부의 기대를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홍콩 방문 분위기를 한껏 띄우려는 중국과는 달리 홍콩 내에서는 중국이 내정 간섭을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불만이 터져 나오는 실정이다. 홍콩에서는 중국이 지난 1997년 반환 당시 50년 동안 유지하겠다고 했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원칙이 사실상 유명무실화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홍콩의 시사평론가 린허리(林和立)는 "홍콩의 주권 반환과 함께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려던 목적의 일국양제는 오히려 걱정거리가 됐다"면서 "중국은 일국양제를 온전히 이행하지 않았고 홍콩 민주화에 대한 많은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홍콩 정부는 경찰력의 3분의1이 넘는 1만명을 동원하는 등 근 20년 만에 가장 강력한 24시간 경비 태세에 돌입했다. 홍콩의 자치권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민간인권진선이 시 주석이 홍콩에 머무는 기간 민주화 요구 거리 행진을 벌이기로 하는 등 시위대의 돌발 행동에 대비해서다. 홍콩 내 중국 정부 대표처 격인 주홍콩 중국연락판공실의 장샤오밍 주임은 최근 중국중앙(CC)TV 인터뷰에서 "소규모 친독립 옹호자들이 중국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면서 "무관용이 필요하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28일부터는 '비호(飛虎·나는 호랑이)'로 불리는 경찰 특별임무중대의 잠수부를 동원해 20주년 행사장인 컨벤션전시센터 인근 바다에서 수중 검사를 한다.
홍콩 반환 20주년을 맞아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도 홍콩에 기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중국이 군사력을 과시하는 한편 홍콩이 중국령임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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