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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서의 책갈피]탈진실 시대, 뉴스를 의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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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영화배우 이스트우드 사망 보도 소동
사회문제 떠오른 가짜뉴스 위력 보여줘
비판적 사고법이 '거짓말쟁이' 방어책
숫자·말·세상 관점서 정보 뜯어봐야


[장인서의 책갈피]탈진실 시대, 뉴스를 의심하라 '무기화된 거짓말' 표지사진. <대니얼 J 레비틴 지음/박유진 옮김/레디셋고/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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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할리우드의 아이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87세. 경찰은 이날 119 응급전화를 받고 접수된 주소지로 출동했으며 오후 9시30분께 침실에서 그의 시신을 확인했다.


미국 영화배우 겸 감독인 이스트우드의 사망 보도가 지난 20일 국내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포되며 한바탕 소동을 빚었다. 기사 형식을 갖춘 이 글은 곧 '가짜뉴스(Fake News)'로 판명됐다. 글의 출처는 미국 CNN과 이름이 유사한 CNN글로벌뉴스(www.cnn-globalnews.com) 사이트로 현재 접속 불가 상태다. 이스트우드의 영문이름과 생몰년도(1920~2017)가 적힌 흑백사진, 톰 행크스 등 동료들이 남겼다는 추모글은 그의 사망 소식이 '진짜'라는 데 힘을 실었다.

이 사건은 전 세계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짜뉴스의 위력을 간단히 보여준다. 실존하는 한 사람의 인생이 그럴듯한 사실 열거와 인터넷 네트워크의 힘으로 돌연 마감해 버렸다. 의문은 커진다. 우리가 보는 뉴스 자체가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면 그 도구로 자주 활용되는 각종 통계자료와 설문조사, 연구결과는 과연 믿을 만한가. 특히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에서 더 자유롭게 쏟아지는 개인의 주장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미국의 신경과학자이자 인지심리학자인 대니얼 J 레비틴(UC버클리 하스경영대학원 특별교수)이라면 '진실인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답할 것이다. 최근 발간된 그의 신간 '무기화된 거짓말(Weaponized Lies)'을 읽다 보면 온갖 거짓말이 싹트고 자라나는 '인터넷시대의 허상'을 맞닥뜨리게 된다. 독자는 한 발 더 나아가 의심의 고삐를 단단히 쥐고 정보를 검증하는 주체가 되겠다고 결심할 수도 있다.


"오늘날은 정보를 그때그때 거의 곧바로 얻을 수 있고, 국가 지도자들이 당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나타나기도 하며, '뉴스 속보'가 매시간 당신의 관심을 끈다. 그런데 그런 새로운 정보가 날조된 자료, 왜곡된 사실, 새빨간 거짓말로 가득한지 아닌지를 확인해 볼 시간은 얼마나 있을까? 우리는 모두 자신이 접한 정보의 신빙성을 평가할 효율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머리말' 중)


지난해 12월 옥스퍼드영어사전은 '2016년 올해의 단어'로 '탈진실(post-truth)'을 선정했다. 탈진실은 '객관적 사실이 감정과 개인적 신념에 대한 호소보다 여론 형성에 영향을 적게 미치는 상황'을 뜻한다. 단어의 사용빈도가 그해 급증한 게 선정 이유다. 탈진실의 간판 격인 가짜뉴스는 같은 해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크게 확산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생성돼 SNS와 포털사이트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레비틴은 "탈진실의 시대는 인류가 이룩한 온갖 위대한 진보를 역행하고 있다"면서 "조작된 뉴스와 가짜 통계자료가 당신을 속이고 있다. 교활한 거짓말쟁이들에게 맞서는 최선의 방어책은 '비판적 사고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비판적으로 사고한다는 것은 "모든 주장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증거가 있는 주장과 증거가 없는 주장을 분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레비틴은 책에서 잘못된 정보의 특징을 '수(숫자)' '말' '세상'이라는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어떤 주장이든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는 "통계 자료는 사실이 아닌 해석이다. '사람'이 통계를 낸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개연성 없는 퍼센트(%) 비교, 해석이 전혀 다른 대푯값, 눈속임이 가능한 수치 보고, 엉뚱한 표본 추출과 표본 편향, 잘못된 결정을 이끄는 확률 오류 등 그는 과학자다운 자세로 수를 꼼꼼하게 검열한다.


그는 말을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사회적인 동물인 우리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쉽게 흔들린다. 어딘가에서 전해 듣거나 글로 읽으면서 정보에 대해 간접적으로만 안다. 하지만 전문가를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 전문성의 범위가 대체로 좁고 전문가 집단이 특수 이익단체에 포섭되기도 쉽기 때문이다. 즉 그들의 말도 하나의 의견일 뿐이므로 전문적인 증거에 기초해 얻은 결론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정보출처 등급에 대한 편견도 버려야 한다. 뉴욕타임스(NYT) 등 양질의 출처에서 나온 정보를 맹목적으로 믿어서도 안 되고, 의심스러운 출처에서 나온 정보를 무조건 부정해서도 안 된다.


그가 마지막으로 내세운 원칙은 연역법과 귀납법 등 과학적 수단에 의지하고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반증되기 전까지만 유효하다'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과학·기술적으로 다뤄야 마땅한 주제들이 정치적이거나 반과학적 편향성을 토대로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학과 역사, 뉴스 등 우리가 아는 것 혹은 안다고 생각한 것 중 훗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는 일이 적지 않다.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일'이 필요한 이유다.


레비틴의 주장들은 인터넷을 주요 정보원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흘려듣고 싶은 잔소리다. 하지만 클릭 몇 번에 찾은 정보를 재빠르게 소비한 뒤 또다시 2, 3차 정보로 활용하며 '사실이겠지? 그래 사실일 거야'라며 가벼운 확신에 차 있던 모습들이 찜찜하게 되살아난다. 이 정도 의심조차 없던 대부분의 날들은 또 어떤가.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는 정보를 아주 많이 아는 것보다 확실한 정보를 적당히 아는 편이 훨씬 낫다는 그의 말은 인터넷 정보가 누린 무차별적 권위에 흠집을 내고 있다.


우리는 이제 겨우 출발지점에 다시 섰다. 레비틴이 말한 비판적 사고를 위해서는 정보 수집 및 조사 과정에서 절약한 시간의 '일부'를 정보를 적절히 검증하는 데 써야 한다. 즉석조리식품에 길든 사람이 천연 식재료를 구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며 요리해 보려는 것만큼이나 부담스럽다. 정치·사회적 저항도 만만치 않다. 지난 14일 독일 의회에서는 가짜뉴스에 벌금을 물리려던 법안(페이스북법)이 끝내 무산됐다. 가짜뉴스를 판별하는 기준이 모호한 데다 자칫 민주주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수많은 거짓 가운데 진실을 찾는 노력은 각자의 몫이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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