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인신문 오후 6시20분께 마무리
재판장에선 작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도 묵묵부답·굳은 표정
[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22일 오후 6시20분께 증인신문을 모두 마치고 모습을 드러낸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표정은 지쳐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재판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도 6시간 동안 진행됐다. 최 회장은 재판 내내 중심에 있었다. 대부분의 질문은 최 회장을 향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할 때부터 굳은 표정이었다. 대통령의 독대에서 89억원을 강요 받았느냐, 면세점·조기석방 이야기를 나눴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그는 입을 굳게 닫았다. 재판장에서는 기자석을 등지고 앉아 표정을 알기 어려웠다. 검찰과 변호인측의 질문에는 작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하는 일이 많았다. 최 회장은 증인석에서 박 전 대통령쪽으로는 거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안경까지 쓰고 최 회장을 자주 쳐다봤다.
최 회장은 이날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집중 질문받았다. 그는 면세점 재선정·CJ헬로비전 인수·최재원 부회장 가석방 등 각종 기업 현안을 건의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대가를 바라고 K스포츠재단·미르재단에 지원하진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최 회장은 "독대 자리에서 최재원 부회장의 가석방 문제를 완곡하게 꺼냈지만 별반 긍정적인 반응이 없어서 더이상 말씀드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긍정했다. "저는 나왔는데 동생이 아직 못나와서 제가 조카들 볼 면목이 없다"는 완곡한 표현을 쓴 것도 이 때문이라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협조와 시각장애인 지원사업에 필요한 예산 등을 부탁받았다고 말했다. 독대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얼마를 출연했는지 물었다는 내용도 증언했다. 이에 안종범 전 수석이 "111억원을 출연했다"고 답하자 박 전 대통령은 최 회장에게 "감사하다. 앞으로도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재판을 통해 확인됐다.
다만 최 회장은 재단 출연이 대가성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5년 8월 사면 당시 들었던 '숙제'에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금품지급이 포함돼 있다고 보느냐는 박 전 대통령측 유영하 변호사의 질문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당시 CJ헬로비전·워커힐 면세점·최 부회장 사면 등의 이유로 기부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도 "그것과 관련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가 "정치권과 결탁하거나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서 경영 현안을 해결하는 건 애초 증인의 경영방법에 없지 않으냐"고 묻자 "저는 그런 생각을 갖고 살진 않았다"고 답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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