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마저 기각한 법원의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씨가 덴마크에 머물면서 우리 당국의 수사에 체계적으로 대비하거나 송환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노력한 정황이 잇따라 알려지면서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세 번째 구속영장 청구를 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22일 법조계와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정씨는 우리나라로 강제송환되기 전 덴마크 구치소에 구금된 상태에서 국내 변호인과 현지 조력자로 알려진 데이비드 윤씨 등에게 편지를 보내 송환을 거부하는 데 명분이 될 만한 자료를 모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월 국내 변호인에게 보낸 편지가 일례다.
정씨는 여기에서 "한국 감옥의 열악한 인권에 대한 자료를 보내달라. 덴마크에서는 중요하다"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불린다, 정해진 죄수복을 입는다, 한방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다,방 안에 화장실이 있다, 뜨거운 물이 항상 나오지 않는다, 빨래는 직접 손으로 해야 한다, 방 안에서 빨래를 말린다'는 내용 등 필요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고 한다.
인권의식이 우리보다 훨씬 높다는 덴마크 당국의 정서를 이용해 어떻게든 송환과 직접수사를 피하려 애쓴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덴마크 구치소에는 책상과 TV, 냉장고가 갖춰져 있고 피자를 주문해서 먹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심지어 우리나라 정치 및 국정농단 수사 상황까지 나름대로 해석해 이를 송환 거부를 위한 법적 다툼에 써먹으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정씨는 어머니 최씨 측의 한 인사에게 보낸 편지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편파수사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며 "특검이 야당 성향을 가졌다는 아주 작은 보도라도 모아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데이비드 윤씨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몰타가 아니라도 모든 나라, 변방의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곳이라도 괜찮으니 빨리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것으로 해 달라.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송환 가능성을 어떻게든 차단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적어도 다음 대선(지난 5월9일)까지는 돼야 한다"고 말해 국내 정치일정과 자신의 사정을 연결지어 상황을 읽으려 한 모습도 보였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20일 정씨의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에서 이런 자료를 제시하며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