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한 번 기각됨에 따라 검찰은 조만간 정씨를 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관련 수사를 일단락할 전망이다. 각종 의혹과 관련해 정씨가 여전히 거짓말임을 의심하게 만드는 언급을 하고 있지만 검찰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가능성은 낮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1일 법원이 제시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분석하며 정씨에 대한 사법처리 방향을 고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정씨의 구체적 행위나 가담 정도, 검찰의 소명 정도, 정씨의 현재 주거상황 등을 종합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보겠다"는 게 검찰의 원칙적인 입장이지만 한 번 더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될 경우 입게 될 타격이 부담이다. 자칫 향후 공소유지에 필요한 동력까지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구속영장 청구서에 범죄수익 은닉 혐의까지 추가하며 총력전을 편 만큼 새로운 혐의점을 추가로 포착해 보완을 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정씨의 진실성을 의심할 만한 정황은 그의 입을 통해 여전히 드러나고 있다. 정씨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귀가하기 위해 검찰 청사를 빠져나오면서 취재진을 만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직할 때 수 차례 전화통화를 한 사실과 관련해 "한 차례 했다"고 말했다. "1월 1일에 그냥 어머니가 인사하라고 바꿔줘서"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때도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지적에 정씨는 "크리스마스 때도 했었고 1월 1일에도 했었고 몇 번 했었다"면서 "두세 차례 된다"고 순식간에 말을 바꿨다. 덴마크 구치소에서 어머니 최씨와 자필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몰타 국적 취득 비용에 대한 얘기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저는 그 편지에다가 몰타 얘기 안 적었는데…다른 편지에다가 적었는데…"라고 듣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대답을 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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