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법원이 20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청구된 검찰의 두번째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0시13분께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가 정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권 부장판사는 "추가된 혐의를 포함한 범죄사실의 내용, 피의자의 구체적 행위나 가담 정도 및 그에 대한 소명의 정도, 현재 피의자의 주거상황 등을 종합하며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321호 법정에서 약 2시간30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을 받았다. 정씨는 이날 법정에 들어가기 전 "추가된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 없다"라고 답했고, 도주 우려를 묻는 질문에는 "제 아들이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고, 전혀 도주할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앞서 이달 2일 검찰의 첫번째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서도 기각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영장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추어 현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후 정씨 주변인 등에 대한 보강수사를 통해 지난 18일 업무방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 했지만 또다시 정씨를 구속하는데 실패했다. 영장심사 후 서울중앙지검에서 대기하던 정씨는 영장기각과 동시에 석방됐다.
정씨는 이화여대에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하고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고도 정상 학점을 취득한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다. 또 청담고 재학 당시 승마협회 명의의 허위 공문을 제출하는 등의 혐의와 하나은행에서 대출한 돈을 덴마크 생활 자금으로 사용하는 등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이날 권 부장판사를 상대로 정씨가 삼성의 승마지원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내용과 덴마크 구금 당시 제3국인 몰타 시민권 취득을 시도한 사실을 통해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씨 측은 검찰이 제기한 범죄혐의 대부분은 어머니인 최씨가 기획한 것으로 자세한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고, 도주할 우려도 없다는 주장을 유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정씨 측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면서 검찰은 정씨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국정농단'과 관련된 추가 수사를 하려던 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두차례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기 때문에 검찰은 정씨를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삼성 승마지원 등 핵심 혐의 등에 깊숙이 관여한 정씨를 구속할 경우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영장 기각으로 이마저도 동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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