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시너지 효과로 신용등급 상승…삼성물산 저평가 주장과 배치되는 증언·자료 나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라 손해를 봤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이 재판 과정에서 나왔다. 국민연금의 지분가치가 상승하고, 삼성물산도 신용등급이 상승하는 등 시너지 효과가 현실로 증명됐다는 얘기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 공판에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증인으로 나와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은 “삼성물산 합병은 건설사업 확대를 통한 수주물량 확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합병 시너지를 가져왔다”면서 “합병 발표 이후 주가 상승은 시너지를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다.
홍완선 전 본부장은 “마지막에 저도 그런 부분을 생각해서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했다”고 답변했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은 “합병시너지는 영업시너지 이외에도 재무 시너지가 있다”면서 “삼성물산은 합병발표 전에 AA-였다가 합병 발표 이후에 신용등급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은 “2015년 5월26일부터 7월6일까지 평균을 내보니 국민연금 지분 가치는 삼성물산 합병 발표가 나기 전보다 3000억원 증가했다”면서 “당시 코스피 지수 시장 평균은 -3.4%였는데 (국민연금의) 실제 지분 가치는 15%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주식 시장은 좋지 않았지만, 국민연금의 지분가치는 증가했다는 의미다.
삼성물산 주식이 합병 당시 저평가 돼 있다는 주장도 논란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는 삼성물산 합병 발표가 있기 전 지속적으로 삼성물산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물산이 저평가돼 있다면 주식을 팔 게 아니라 오히려 사들여야 하는데 국민연금과 기관투자자의 당시 투자 경향은 정반대였다는 얘기다.
홍완선 전 본부장은 당시 찬반 결정을 둘러싼 복잡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홍완선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위해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거듭 해명했다. 홍완선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면 재벌 편들어줬다는 비판을 받고, 반대하면 헤지펀드에 국부를 팔아먹는 이완용이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홍완선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쪽 인사들과 만난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삼성이 국민연금 쪽에 요청해서 만남이 이뤄진 게 아니라 국민연금이 원해서 삼성과의 만남을 가졌다는 얘기다.
홍완선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과 삼성의 만남은 누가 원했나”라는 재판부의 질문에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실무자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삼성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얘기를 듣는 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 의견(삼성과의 만남 의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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