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7시간 일해도 월수 300…임대료보다 최저임금 더 부담
‘최저임금 1만원’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당장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제계는 과도한 인상을 억제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15일 사실상 첫 가동에 들어간다. 앞서 두차례 열린 회의에 불참했던 한국노총과 민노총이 참석하기로 했다. 자영업은 최저임금에 기업보다 훨씬 민감하다. 편의점 업주와 아르바이트생을 통해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두 시선을 정리한다.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최저임금 1만원은 편의점 업주 입장에선 사업을 접으라는 말과 같아요.”
지난 12일 서울 서대문 지역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만난 편의점주 A(50대ㆍ남성)씨의 말이다. A씨는 최저임금에 대해 묻자 표정이 굳어졌다. 일주일 내내 하루에 17시간씩 근무한다는 A씨는 “임대료보다 최저임금이 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A씨는 “임대료는 최소 1~2년간 나가는 돈이 정해져 있는데 최저임금은 매년 오르고, 아르바이트생 한 명 쓸 때마다 돈이 더 드니까 부담된다”며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밝히면서 자영업자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A씨는 주 7일 일한다. 매일 오전 7시부터 편의점에 나와 밤 12시에 퇴근한다. 평일과 주말 야간(오후 11시 30분~다음 날 오전 7시 30분)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 2명만을 고용하고 있다. 인건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다. 아르바이트생의 시급은 670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 6470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A씨는 매월 인건비로 160만원 정도를 지출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자료를 보면 편의점 한 곳당 종업원 수는 7명 수준이다.
하루도 쉼 없이 일하고 A씨가 손에 쥐는 수입은 한 달에 300만원 남짓으로 업계 평균 수준이다. 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편의점당 월매출은 5400만원이지만, 여기서 가맹점 몫을 뺀 뒤 전기료, 종이컵이나 쓰레기봉투 등 관리비, 인건비, 임대료 등을 제하고 나면 업주들에게 돌아가는 순수입은 수백만원에 그친다.
이 가운데, 인건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2020년까지 최저시급이 1만원으로 오르려면 앞으로 3년 간 평균 15.6%씩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3년 뒤에 A씨는 매달 인건비로 최소 240만원을 지출하게 된다. 인건비 지출이 50%가량 느는 셈이다. 매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A씨의 월수입은 2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A씨는 이 경우, 차라리 ‘24시간 영업’을 폐지하는 게 훨씬 낫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점 법에 따라 편의점들은 적자가 계속되는 등의 사유가 발생하면 야간 영업을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가맹점 본사가 영업 중단 허용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해 적자가 나는 대부분 편의점들도 24시간 영업을 계속하는 실정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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