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중소기업중앙회가 일자리위원회에 '최저임금-납품단가 연동제'를 제안한 것을 두고 중기중앙회의 자충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중소기업의 숙원과제다. 지난 2008년 도입이 무산된 이후에도 중소기업들은 지속적으로 정부에 제도의 도입을 요구해왔고, 이는 선거 때마다 주요 공약으로 떠올랐다.
이번 대선에서도 대부분의 후보 진영에서 연동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의 선거공약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새정부에서도 제도적 도입을 검토 중인 단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존에는 대중소기업간 납품단가 연동 항목에 재료비만 반영됐었는데 앞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인건비 부분 역시 납품단가에 포함할 수 있도록 정책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가 최저임금과 납품단가를 연동하려는 것은 다소 억지스럽다는 비판을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최저임금 인상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금지 등 대기업과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없애려 하기보다 최저임금과 연동해서 문제를 풀어나가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억지"라고 비판했다.
권 팀장은 또 "솔직히 최저임금을 올리면 5인 미만의 영세자영업자들이나 소기업들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면서 "중소기업중앙회에 소속된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는 정도 규모의 중기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정부가 우리의 제안을 전부 받아 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최소한 공공기관에 납품하는 단가라도 올려야 임금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해명했다. 최소한 공공기관이라도 먼저 납품단가 연동제를 시행해 준다면 최저임금 인상에 협조할 수 있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1만원으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이 시행될 경우 중소기업인 및 소상공인들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보고 도입을 검토하거나 논의 중인 사안이 적지 않다.
카드수수료율 인하, 중고품 마진과세, 임대료 상한한도 9%로 인하, 자영업자 교육비 세액공제, 고용보험료 지원, 약속어음 폐지, 골목상권 전용화폐 등 다양한 제도적 시행을 검토하고 있음은 이미 알려져 있다.
거기에다 중기중앙회는 '최저임금-납품단가 연동제'와 함께 원-하청 성과공유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중소기업 청년 취업자 소득세 100% 감면 등을 추가로 요구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받아들이기 부담스러운 요구도 적지 않지만 중기중앙회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최대한 요구하자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한 중소기업인은 "중소기업중앙회가 자충수를 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면서 "최저임금의 인상은 새 정부가 가장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사안인데 다른 민감한 사안들과 함께 지나친 요구를 해 정부를 자극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전날 일자리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지원만 바라는 중소기업이 아니라 이제 청년실업 문제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핵심이슈를 앞장서서 해결하는 경제 주체로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할 것"이라면서 "정부도 대중소기업과의 양극화의 문제와 노동시장의 2중 구조 해소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중소기업이 곤경에 처하면 중요한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며 "저임금 근로자 처우개선과 중소기업 발전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와 중소기업이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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