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부터 4개월째 연속 주유소 휘발유·경유 가격 떨어지는 중
국제유가도 50달러선 무너져 40달러대에서 하락 중
정유업계 "일시적으로 초저유가 기간 올 수 있어"
작년 초저유가 시절 '차출족' 증가, 주유소서 '기름가득' 주문 재연될까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ℓ)당 1300원대인 '초저유가' 시대가 다시 올 것으로 보인다. 기름값은 작년 초 최저점을 찍었다가 올해 2월까지 꾸준히 올랐으나 이후 4개월째 계속 떨어지고 있는 추세다. 정유업계는 이대로라면 작년 상반기와 같은 '초저유가'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전문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12일 기준 우리나라 전체 주유소의 평균 가격은 보통휘발유 1467원, 경유 1257원이다. 최근 기름값이 가장 비쌌던 지난 2월7일보다 각각 50원, 51원씩 내려간 금액이다. 주유소에서 파는 기름값은 국제유가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원유인 두바이유의 가격은 현재(12일 기준) 배럴당 47달러다. 지난 5월에 50달러 선이 무너지며 연이어 하락 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셰일개발 기술이 점점 향상되며 셰일오일 생산량과 휘발유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중"이라며 "중동국가들의 전통오일과 미국 셰일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국제유가는 당분간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에 두바이유가 20달러 중반~40달러 초반까지 내려갔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일시적으로 초저유가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주유소의 보통휘발유는 1300원대, 경유는 1100원대를 유지했다. 이 기간 휘발유와 경유의 평균가는 각각 1367원, 1128원이었다. 당시 '차출족(차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주유소 매출이 덩달아 올라간데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대형 세단과 같은 몸집이 큰 차량의 판매도 증가했다. 이례적인 초저유가 기조가 일상을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영등포구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최모씨는 "작년 초엔 평소보다 매출이 20~30% 늘었다"며 "그땐 (기름을) 가득 넣어달라고 주문하는 손님들도 많았다"고 전했다.
초저유가 시대가 다시 오더라도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정유사들은 유가가 아닌 정제마진(휘발유ㆍ경유 같은 석유제품의 가격에서 원유 가격, 운영비용 등을 뺀 이익)으로 수익을 낸다. 기름값이 떨어지면 수요가 급증해 정제마진이 오히려 늘어난다. 작년부터 이어진 저유가 흐름에서 정유 4사가 최대 영업이익을 낸 것도 이 덕분이다.
국제유가가 떨어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IPO)이 변수다. 아람코는 내년 3월 예정인 IPO의 흥행을 위해 유가를 띄울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연달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량 감축 합의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했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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