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손병두 금융위 상임위원 이재용 재판 참석 증언
삼성 미전실 전무로부터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 쟁점 검토' 요처받아
자회사 지분 매각 시기·유배당 계약자 배당 이슈로 '부정' 의견제시
"안종범 경제 수석 보고 이후 청와대로부터 협의사항 전달 없어"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죄로 기소하면서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청와대에 청탁을 했다는 것을 정황 증거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 검토를 지휘했던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가 9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손병두 금융위원회 상임위원(전 금융위 국장)은 "금융위원장이나 부위원장이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주석에 삼성 금융지주회사 전환 검토 결과를 보고 한 이후에 청와대 협의 결과나 지시사항을 전달받은 적이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런 적이 없다"고 답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하면서 이 부회장이 삼성 금융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생명의 금융 지주 회사 설립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 과정에서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시 이 사안을 검토했던 금융위원회 관계자들은 청와대 개입에 대해서는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손병두 상임위원의 증언에 따르면 2016년 1월경 이승재 삼성 미래전략실 소속 이승재 전무로부터 "삼성생명 금융지주 회사 추진시 쟁점 사항에 대해 검토해달라"는 구두 요청을 받았다. 당시 손 상임위원은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이승재 전무와는 행정고시 동기로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설명했다.
규제 기관에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신청하기 전에 이같이 사전에 검토를 요청하는 것은 통상 있는 일이라는 게 금융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법으로 정한 검토 기일이 60일로 촉박하기 때문에 사전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금융위 실무자들은 2월14일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 쟁점 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삼성생명이 추진하고 있는 지주사 전환 방식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3%)을 매각해야 한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최대 7년안에 매각할 계획이었으나 금융위원회는 2년안에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삼성생명이 최대 7년에 걸쳐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할 경우 매각으로 생긴 이익을 삼성생명 보험 계약자에게 배당하지 않아도 되는 이슈가 발생했다. 이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에 대해 손 상임위원은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은 새로운 선례를 만드는 것이어서 굉장히 부담스러웠고 특정 기업에 편의를 제공했다는 사회적 비난을 받을 수도 있어서 내부적으로 부정적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2월16일 삼성 측에 전달했다.
특검은 바로 전날인 2월15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간의 독대에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설립에 대해 청탁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안종범 전 수석의 2016년 2월15일자 수첩에 '금융지주회사' 관련 메모가 있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 측은 2월15일 청탁이 있었다면 바로 다음날인 2월16일 부정적인 보고서를 삼성에 전달했겠느냐고 반론하고 있다. 더욱이 2월 16일 이후에도 금융위는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에 대해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금융위의 쟁점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은 한달 후인 3월경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기로 하고 이같은 입장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이에 3월20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른바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안종범 전 수석에게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관련 주요 쟁점'을 보고했다. 이 보고서에도 역시 자회자 지분 매각 규모와 기간, 유배당 계약자 배당 문제 등의 이유로 지주사 전환 추진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융위가 청와대에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 쟁점을 보고한 이유에 대해 손병두 상임위원은 "청와대가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설명을 드리는 것이 저희 입장을 관철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에서는 당시 보고를 받은 안종범 전 수석이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손영두 상임위원은 "3월20일 이후 안종범 등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삼성 측에서 제시한 금융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원안대로 승인하라는 압력을 받은 바 없으며 주위에서 그런 내용을 들은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위 입장이 완고하자 결국 삼성그룹은 4월 11일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을 보류하기로 최종 결정하고 금융위원회에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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