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최근 우리 경제가 수출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가 기업 및 은행의 부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다음으로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인 미국 경제도 경기 확장국면 후반부에 있기 때문에 수출 주도의 경제성장을 지속하기엔 한계가 있다. 결국 소비 등 내수가 증가해야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수 있다. 새 정부는 소비 부진 요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특단의 대책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가계가 부실해지기 시작한 2003년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이 연평균 2.4% 증가하는 데 그쳐, 경제성장률(3.6%)을 계속 밑돌고 있다. 가계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인데, 그 근본적 요인을 다음 네 가지로 지적해 볼 수 있다.
우선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민총소득(GNI) 가운데 가계 몫은 줄고 기업 비중은 늘었다. 위기 전에는 GNI중 개인 비중이 71%였으나 최근에는 62% 정도로 줄었고,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17%에서 25%로 늘었다. 그 이유는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이 기업의 이익 증가율보다 낮은 데 있었다. 여기다가 경제위기를 겪는 동안 많은 근로자들이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으로 직장을 나와 자영업을 했으나, 자영업의 영업 환경은 매우 어렵다.
둘째, 가계 부채가 크게 증가하면서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 지난해 개인 부채가 순처분가능소득보다 1.8배나 높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각 국가가 부채에 의해 성장했는데, 한국은 가계 부채가 가장 빨리 늘어난 나라 중 하나였다. 특히 우리나라 가구 가운데 20% 정도는 금융회사에 빌린 돈의 원리금을 상환하면 최저 생활을 하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다.
셋째, 가계의 순이자 소득이 크게 줄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계 전체로 보면 금융 자산이 부채보다 많기 때문에 가계는 금리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실제로 통계가 보여주고 있는데, 2000년에 20조4000억원이었던 개인의 순이자소득이 지난해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5조7000억원으로 추락했다. 반면 금리 하락에 따라 기업의 순이자 부담은 계속 줄고 있다. 저금리도 가계 소득을 기업 소득으로 이전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용 불안과 더불어 기대 수명이 길어지면서 우리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있다. 가계순저축률이 2012년에 3.4%에서 2016년에는 8.1%로 크게 올라왔다.
두 번의 경제위기와 저금리로 기업은 상대적으로 부자가 됐고 가계는 가난해졌다.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 소득 일부가 가계 소득으로 이전되면서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기업은 가계가 노동을 공급하는 근로자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생산하는 상품을 사주는 수요자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임금 상승, 고용 확대, 고배당을 통해 기업소득의 일부가 가계로 가야 한다.
정책당국도 경제주체 간 혹은 주체 내에서도 차별화를 고려해 수요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에는 19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과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던 것처럼 극단적으로 어려운 가계 부채 일부를 탕감해주는 정책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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