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승, 상금과 대상 등 전 부문 1위
호주 전훈 서킷 트레이닝과 미숫가루 효과
"국내 최고가 된 이후 일본 무대 도전"
이예원도 놀랐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거둔 성과에 스스로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는 올해 출전한 8개 대회에서 3승을 챙겼다. 다승, 상금, 대상 포인트, 평균 타수 등 주요 지표에서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29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예원은 "이렇게 일찍 3승을 거둘 줄은 몰랐다"며 "지금은 제 플레이에 만족하면서 대회를 즐기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2021년 드림(2부) 투어 상금랭킹 7위로 정규 투어에 데뷔한 이예원은 올해로 4년 차다. 2022년에는 신인왕을 차지했고, 2023년에는 메이저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포함해 3승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3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최근 3년간 총 9승을 쌓았다. 그는 "매년 상반기에는 성적이 좋았지만, 하반기에는 흐지부지해지는 경향이 있었다"며 "올해는 1년 내내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난 겨울, 이예원은 호주 전지훈련에서 체력 향상에 집중했다. 시즌 중 체력 저하로 인해 성적이 들쑥날쑥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 3회 체력 훈련을 소화했다. 저녁 시간에는 부위별 서킷 트레이닝을 1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했다. 짧은 시간 동안 고강도로 다양한 운동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근력과 순발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훈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서킷 트레이닝 후에는 공원에서 3km씩, 이틀에 한 번꼴로 러닝을 했다. 체중을 늘리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미숫가루도 꾸준히 섭취했다. 단백질이 추가된 40g 미숫가루 제품으로, 근육량 증가를 위한 선택이었다. 이예원은 "지난해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정말 열심히 했다"며 "체력도 좋아진 걸 느끼고, 체중도 조금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훈련의 효과는 시즌 초반부터 나타났다. 지난달 국내 개막전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거뒀고, 지난 11일 열린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는 생애 첫 2연패를 달성했다. 특히 18일 열린 두산 매치 플레이 챔피언십에서는 닷새 동안 7라운드를 소화하는 강행군 속에서도 '매치퀸'에 등극하며 진가를 발휘했다. 그는 "지난해보다 대회 내내 힘이 덜 들었다"며 "체력 훈련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비거리도 늘었다. 그는 "정확히 측정해보진 않았지만, 두 번째 샷을 칠 때 지난해보다 더 짧은 클럽을 잡는다"며 "예전엔 80% 힘으로 보내던 거리를 이제는 70% 힘으로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훈련에서 집중한 쇼트게임과 리커버리 능력도 향상됐고, 특히 퍼팅이 돋보였다. 라운드당 평균 퍼팅 수는 28.4167개다. 이예원은 "퍼팅을 그렇게 잘하는 줄 몰랐는데, 중요한 순간에 퍼트가 잘 들어간 것 같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어 "지난해에도 상반기에 3승을 했지만, 하반기엔 체력이 떨어져 우승을 추가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덜 지치는 것 같고, 여름 더위만 잘 넘기면 될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동 다승왕에 그쳤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단독 다승왕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시즌 최다 상금 기록도 깨고 싶다"고 했다. 해당 기록은 박민지의 15억2137만원이며, 이예원은 2023년 14억2481만원을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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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원은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아직 해외 진출 계획은 없다. 미국에서 열리는 US여자오픈에 나가고 싶었지만, 이번 주 대회(Sh수협은행 MBN 여자오픈)가 디펜딩 대회라 포기했다"며 "일단 국내에서 실력을 더 쌓고, 몇 년 뒤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보다는 일본 투어에 먼저 도전할 생각이다. 지난해에 일본에 갔을 때 성적도 괜찮았고, 코스도 마음에 들었다"며 "거리도 가까워 한국 대회에도 병행 출전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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