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문제원 기자] 검찰과 법원이 나란히 '개혁 쓰나미'를 마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 앞에서 수장이 임기를 못 채우고 떠난 검찰이 더 불안해 보인다. 차기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 인선이 개혁의 신호탄이거나 그 자체로 개혁일 수 있다.
법원도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및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하는 판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내부로부터의 개혁' 요구가 비등하다.
◆'적폐 청산'에 휘청거리는 檢 =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임기를 약 7개월이나 남기고 15일 이임식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건 새 정부의 개혁 앞에서 더는 버틸 명분도 재간도 없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윤회 문건'을 시작으로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줄기를 처음부터 다시 살피려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움직임은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차기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 인선 이후에 임명될 전망이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선임ㆍ위촉하고 후보 중 한 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것이 순서다.
법무장관으로는 개혁 의지를 지닌 비(非)법조인 또는 비검찰 출신 인사가 낙점될 것이란 시각이 크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수사권 분리 등 검찰을 근본부터 뒤바꾸는 청와대의 개혁 의지와 여론의 지지가 상당한 점까지 감안하면 조직이나 기득권 보호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인사가 총장으로 등극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검찰 수장 자리마저 비검찰, 심지어 비법조인 출신 인사가 채울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다가 검찰 조직 특유의 상명하복 구조에 얽혀 끝내 좌천됐던 박형철 전 부장검사가 청와대 민정실 반부패비서관으로 발탁된 것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국정농단 수사를 지휘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한때 수사 대상이었던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과 부적절한 시기에 만찬을 하고 금일봉까지 돌린 사실은 개혁론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다.
◆또 한 번의 사법파동 연출될까=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휘말린 법원 역시 개혁의 칼날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5일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이 이 사건에 대한 양승태 대법원장의 입장 표명과 추가 조사를 위한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 53명(총 91명)은 "진상조사 결과 드러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법관들의 자유로운 학술활동 침해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심각한 사태"라고 규정하며 이 같은 요구사항을 밝혔다.
지난달 26일 서울동부지법부터 시작된 판사 회의가 전국 법원 중 가장 큰 규모인 중앙지법까지 확대되면서 자칫 현직 판사들의 집단행동인 '사법파동'으로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권력 눈치보기' 인사에 문제의식을 가져온 법관들의 불만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판사들은 과거에도 사법부의 독립과 개혁을 요구하며 수차례 사법파동을 일으킨바 있다.
최근에는 2003년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법관 인사를 비판하며 일어난 파동으로 최초의 여성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이 임명되는 인사제도 개혁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번 논란은 법원 내 학술단체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사법독립과 인사제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려 하자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이 이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일면서 촉발됐다.
사태가 커지자 대법원은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에 실상조사를 맡겼다.
그 결과 이규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학술대회에 압박을 가한 사실과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존재 가능성이 발견됐지만 명확한 책임소재는 물론 추가 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자 법관들의 진상조사 요구가 증폭됐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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