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정윤회 문건 파문'을 민정수석실에서 직접 재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다음 날인 지난 13일 두 일간 신문은 극명하게 엇갈린 사설을 내놨다.
한 언론은 '정윤회 사건 재조사가 그렇게 화급한 사안이냐'며 '종래에 검찰에 정치보복 수사를 지시하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제1 공약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냈던 '적폐청산'을 정치보복 내지는 지난 정권 손보기로 규정해 버린 것이다.
또 다른 언론은 "정윤회 문건 파문이 현재 상황(국정농단 사건)의 출발"이라는 조 수석의 발언을 인용해 '철저한 조사로 역사에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일한 사안을 바라보는 극명한 시각차는 출발점에 선 적폐청산 과정에서 앞으로 끊임없이 제기될 문제다. 정치보복으로 볼 것인지, 적폐청산으로 볼지의 판단은 독자들, 아니 국민들의 몫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과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은 지금도 진행되는 사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고, 최순실과 국정농단의 부역자 혐의를 받는 고위공직자 등이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고 그것으로 종결된 것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는 지난 주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 대한 고소ㆍ고발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고 이사장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지난 2013년 1월 당시 대선 경쟁자였던 문 대통령에 대해 이 같은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이 알려져 파장이 인 것은 2015년 9월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이 고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니 검찰이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은 1년 8개월 만이다.
검사 출신인 고 이사장은 1982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부림사건' 수사 검사였다. 부림사건은 전두환 신군부 정권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 등을 통해 공산주의자로 조작한 사건이다.
검찰이 야당 대표가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1년8개월 만에, 그것도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수사에 착수한 것은 오비이락(烏飛梨落)일까.
대법원은 18대 대선이 끝난 직후인 2013년 1월 유권자 6644명이 전자개표기를 사용한 대통령 선거가 무효라며 낸 소송을 4년 만인 최근에야 '각하' 판결했다. 각하 사유는 "박 전 대통령이 파면돼 더 이상 임기를 유지할 수 없게 돼 선거 무효를 다툴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것이었다.
최고 사법기관이 '정치'를 더 앞세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법원은 억울해 했다. 역시 오비이락이길 바란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우리는 수 없이 많은 오비이락을 목격하게 될 것 같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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