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인터뷰
2019년 연간 흑자…해운강국 재도약
2020년 글로벌 시장 게임체인저 목표
[대담=아시아경제 이정일 산업부장, 정리=조유진 기자] 극심한 해운업 침체에 따른 채권단 공동관리, 강도높은 구조조정, 창립 40년만에 현대그룹과 결별. 격량에 휩싸였던 현대상선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해가고 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12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어떻게든 올해 주간 단위라도 흑자를 낼 것"이라며 실적 개선을 역설했다. 구조조정이 사실상 완료되고 글로벌 업황이 개선되고 있어 내년에는 분기 흑자, 내후년에는 연간 흑자도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다. 채권단 공동관리 과정에서 현대상선은 약 1조247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고, 산업은행(지분율 14.15%) 자회사로 편입됐다.
그는 무너진 '해운강국의 꿈'을 다시 실현하기 위한 해법도 제시했다. 유 사장은 "해운업 전반의 디지털화와 친환경 선박 전략에 따라 우리가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확실한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 2011년 이후 6년 연속 적자인데 흑자전환 시점은
▲ 올해는 주간 기준으로 흑자 달성이 기대된다. 분기 흑자는 내년에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금 추이라면 2019년 연간 흑자도 기대된다. 지난해 구조조정을 거치며 잃었던 화주들도 상당 부분 되돌아왔다. 화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올 1분기 실적도 의미가 있다. 13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전년 동기(-1630억원) 대비 손실폭이 줄었다. 또 다른 긍정적인 신호는 매출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1조30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했다. 이제는 실적이 바닥을 찍고 올라오고 있다고 판단한다.
-유가ㆍ운임 등 올해 해운업황을 어떻게 전망하나
▲ 해운경기는 글로벌 경기와 연동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의 뉴노멀 시대가 시작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그 피해는 2010년 4분기부터 본격화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행히 수요 측면에서 개선세가 보인다. 유럽과 미국 시장이 개선되는 중이며, 아시아 신흥국들의 물동량도 늘고 있다. 특히 인도 시장이 좋다.
비용 측면에서는 유가와 운임이 변수다. 유가는 300~330달러(벙커유 기준)를 밴드로 보고 있다. 그 이하면 단기적으로 수익성에 도움이 되고, 그 반대면 수익성이 악화된다. 운임은 호황기였던 2008년 1만 포인트까지 올랐다가 이후 급락해 지난해 2월 290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 회복세를 이어가는데 이달초 1000포인트 초반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운임 상황에 따라 흑자전환을 조기에 달성할 수도 있지만 수급 불균형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최근 대형 화주들과 연간 계약 성과를 내고 있는데
▲ 연간 계약 협상을 마무리한 곳도 있고, 계속 해야 하는 곳도 있다. 지난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탈한 대형 화주들을 우선 되찾아오는데 주력하고 있다. 협상을 진행하면서 작년과는 사뭇 달라진 우호적인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작년에 비해 계약이 양적ㆍ질적으로 모두 좋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주와 유럽 화주들과의 연간 계약에서 20% 정도 운임 인상에 성공할 경우 전년 대비 약 4000억원의 실적 개선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 2M과 동맹을 맺을 때 3년간 선박을 확대하지 않기로 한 것이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있다
▲ 지금 선박 확대 건을 고민하기보다는 2020년 도입되는 새로운 환경규제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제해사기구(IMO)가 주도하는 온실가스 감축 방안의 일환으로, 전 세계 모든 선박들은 2020년까지 황산화물(SOx) 배출량을 지금의 7분의 1 수준인 0.5%까지 줄여야 한다.
우리에게는 두가지 옵션이 있다. 하나는 기존 선박에 탈황설비를 설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친환경 선박(에코십)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양쪽 다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어느 쪽이 유리한 것인지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 2020년 우리나라가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게임체인저'가 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데
▲ 지난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 캠프에 두 가지를 건의했다. '에코십'과 '블록체인'이다. 에코십은 2020년 도입되는 새로운 환경규제에 관한 것으로, 머스크가 세계 1위의 해운사로 큰소리칠 수 있는 것도 초대형 에코십을 미리 확보했던 낙수효과다. 블록체인을 통한 디지털화도 중요하다. 수십만개의 컨테이너와 선박 관리를 위해선 정보기술(IT)와 해운업 결합이 필수적이다.
이미 머스크는 IBM과 전 세계 컨테이너 관련 서류를 디지털로 관리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을 개발했다. 블록체인은 거래 해킹을 막는 새로운 보안 기술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면 화주, 해운사, 부두운영사, 관세청, 항만당국, 금융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서류나 금융거래를 안전하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이는 행정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고 진정한 페이퍼리스(Paperless) 시대를 구현하는 것이다.
에코십과 디지털화, 이 두 가지 변화를 주도하는 자가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따라서 조선ㆍ해운ㆍ금융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범국가적 플랜을 마련해야 한다. 다른 나라보다 앞서 표준 플랫폼을 만들고 도입해야 한다. 그것만이 해운강국의 꿈을 다시 실현할 수 있는 길이다.
- 터미널 등 해운 네트워크 회복이 중요하지 않나.
▲ 항만 터미널 물류기지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한 자산들은 앞으로 하나하나 복원해가야 한다. 터미널 투자는 해외 해운네트워크 확장에 반드시 필요하다. 경쟁력 강화와 하역료 인하를 통한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분야다. 하역비는 현대상선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로 높은 편이다. 자체 보유 터미널이 있으면 하역비를 아껴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무리한 터미널 투자는 재무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신중하게 투자한다면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확보한 미국 롱비치터미널과 스페인, 일본, 대만 등 5개 터미널 외에 인도, 베트남 등 여러 곳에 관심을 갖고 있다. 국내 해운사들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아주 지역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부산항에도 공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담 =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
정리 =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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