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올 1분기 주요 대형 건설사들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만 지난해 말보다 수주잔고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건설사들이 그간 취했던 외형 확대 전략을 돈 되는 사업 중심의 내실경영으로 수정했기 때문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상장 대형 건설사 중 신규 수주와 수주잔고가 모두 늘어난 곳은 현대건설이 유일했다. 현대건설의 올 1분기 신규 수주는 5조72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 늘었다.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65조8828억원에서 올 1분기 말 67조4396억원으로 2.4% 증가했다.
현대건설의 수주 실적이 호조를 보인 것은 비상장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이 연결된 덕분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연결 실적을 빼면 올 1분기 현대건설의 신규 수주는 1조95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8% 줄었다. 수주잔고도 지난해 말 40조5324억원에서 올 1분기 말 39조8486억원으로 1.7% 감소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 1분기 신규 수주가 3조770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8% 늘었다.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25조3504억원에서 올 1분기 말 27조5910억원으로 8.8% 증가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이처럼 양호한 수주 실적을 보인 것은 지난 3월 이란에서 3조8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플랜트 건설공사를 따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한 이 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 3조2000억원을 맡고 현대건설이 나머지 6000억원을 담당한다.
과거에는 이들과 한솥밥을 먹다가 지금은 계열분리된 현대산업개발도 올 1분기 신규 수주가 늘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올 1분기 4476억원의 신규 수주를 따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1%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1월 2365억원 규모 용인 양지물류센터를 수주한 영향이 컸다. 다만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22조2671억원에서 올 1분기 말 21조8373억원으로 1.9% 줄었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모두 올 1분기 신규 수주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올 1분기 신규 수주가 981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2.4% 줄었다.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31조7420억원에서 올 1분기 말 30조680억원으로 5.3% 감소했다.
대우건설도 올 1분기 신규 수주가 전년 동기보다 43.9% 감소한 1조1832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말 기준 수주잔고는 33조720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4% 줄었다.
대림산업 역시 올 1분기 신규 수주가 1조113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2.0% 줄었다. 수주잔고도 지난해 말보다 8.4% 감소한 28조8109억원을 나타냈다. GS건설도 1분기 신규 수주가 1조942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1.4% 감소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72.9% 줄어든 6465억원의 신규 수주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다수 건설사의 수주 실적이 감소한 것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경기 자체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한 수주에 나섰다가 낭패를 본 경험을 교훈으로 삼은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수주 경쟁이 있었지만 이제는 손해 보는 사업은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라며 "위험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쓰지 않으면 건설사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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